[2020 새로운 10년 ESG]1-<11>투자 패러다임이 변한다… 바룬 에크나스 세계은행 기업환경보고서팀 연구원 인터뷰

"세계은행 기업환경보고서(Doing Business Report)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190개국 중 종합순위 5위를 기록했으나 소액주주 보호 부문만 떼서 보면 25위입니다. 25위도 전체 조사대상 국가 중 높은 수준이지만 이를 개선할 경우 전체 점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바룬 에크나스(Varun Eknath) 세계은행 기업환경보고서팀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법무부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환경개선 국제 컨퍼런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기업 투명성이나 법적 권리 등은 좋은 기업 지배구조를 위해 필수적이나 한국은 이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미흡한 점수를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은행은 2003년부터 매년 민간기업의 입장에서 특정 국가에서 창업된 후 영업을 하고 추후 기업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원활하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기업환경보고서를 발간해왔다. 한국은 이 보고서에서 올해를 포함해 6년 연속으로 5위권 내에 들어 기업 경영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한 나라로 평가돼 왔다.
올해 평가 항목 10가지 중 한국은 △전력 접근성 △창업 △국경간 거래 등 부문에서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의 최고점 수준을 받았고 △납세 △건설 인가 △계약 이행 안정성 △파산절차 등에 있어서도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지만 유독 자금조달(Getting Credit)이나 소수주주 보호 부문은 60~70점대 점수를 받으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수를 받았다.
에크나스 연구원은 자금조달 부문의 개선 사항으로 청산·파산 등 절차에서 유(有)담보 채권자에 대한 보호 강화 등을 제시했다. 소수주주 보호와 관련해서는 △특수관계자 거래사항에 대한 공시 강화 및 투명성 제고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이사진 책임(이득 반환 등) 및 주주 보호 강화 △경영자의 과도한 이사회 관여 배제 및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소수주주 권리 강화 등을 제안했다.
아래는 바룬 에크나스 연구원과의 문답 내용이다.
- 기업환경지수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이번 자료가 기존의 경제지표 중 일부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기업환경보고서는 투자나 경제발전 관련 지표와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각 나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법 제도를 평가할 수 있게 하며 어떻게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지 제시한다.
한국의 사례는 흥미롭다. 한국은 이번 연구결과 190개국 중 5위를 기록했다. 지난 40~50년간 한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왔다. GDP(국내총생산) 성장세나 한국으로의 FDI(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등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가히 경제발전을 가장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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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한 나라들이 한국의 조사결과를 통해 배울 점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가 한국의 전자법정 시스템에서 배워갈 것이 있을 것이고, 한국이 미국 조지아주(이번 조사결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곳)에서 배울 것도 있을 것이다.

- 이번 지표는 어떻게 수집되나
▶세계은행이 모은 지표들을 활용해 조사를 진행했다. 세계은행의 각 자료들은 민간 섹터에서 수집한 것도 있다. 우리의 자료는 190개에 달하는 조사국가 전체에 있는 민간 섹터 전문가들에게서 나온다. 한국의 경우 우리는 100명 이상의 조사원들과 전문가들 - 법률 전문가일수도 있고 통상·조세 등 전문가일수도 있다 -이 있고 이들에게서 매년 관련 자료를 모은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통해 우리는 정확한 규제체계가 어떻게 비즈니스 관련 규제에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다.
-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ACGA(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등은 한국에 대해 다소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리의 조사결과의 가장 큰 한계는 모든 세부 지표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담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 보고서가 중요시 여기는 지표에 대한 분석만 담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업 지배구조를 평가하기 위해 제시한 질문은 12개 평가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국에 대한 우리 조사결과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됐던 부분은 '기업 투명성'이나 '법적 관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를테면 감사위원회 관련 부분이나 주주에 대한 통지 등이 있다. 이게 잘 돼야 좋은 기업 지배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 부분이 확실히 부족하다.
기업환경보고서는, 보다 자세한 연구를 위한 시초로 삼을 만하다. 지배구조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한국의 지배구조 부문의 순위는 전체 190개국 중 25위다. 전체 조사대상국가를 두고 볼 때 점수가 높지만 한국의 여타 부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다. 한국의 전체 종합 순위는 5위다. 예를 들어 투자자 보호나 '자금조달 접근성' 부분은 전력에너지 접근성, 국경간 거래, 창업 등 극히 우수한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다. 우리 보고서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경우 더 나은 종합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조지아주나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케냐 등에서 한국이 배울 점이 있다.
- 조사항목을 설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과 같은 각종 원칙(Principles)을 두고 있다. 이는 특정 주제에 대해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지침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기업환경보고서는 어떤 국가에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는 지침이나 원칙이 아니다.
우리는 말 그대로 표준화된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하고 각 나라가 자신의 사정에 맞게 우선시하는 부분을 그대로 두고 평가할 뿐이다. 우리의 보고서는 당신에게 이것 또는 저것을 하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 보고서는 통일된 비교가능 포맷 안에서 각국의 (기업환경 관련) 법률 시스템을 평가한 결과다. 각 나라는 자신들의 우선순위에 따라 자신들의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결정하면 된다. 우리는 각국의 모범사례를 제시할 뿐이다.
- 이번 보고서는 어떤 주체의 관점에서 작성됐나
▶우리의 보고서를 어느 입장에서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중소 규모의 기업의 입장에서 기업환경을 평가한다. 창업에서 기업 운영, 그리고 청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지를 보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우리는 주주 권리 등을 본다. 외국인 투자자 등 기관투자자 다수 역시 동등하게 중요하겠지만 우리의 기업환경보고서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이라기보다는 자국내의 민간 기업이 기업환경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보려고 한다.
기업이 처음 태동해서 영업하고 회사를 최종적으로 청산하는 과정에서의 절차, 과정, 어려움 등이 조사대상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환경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별개의 조사에서 다뤄져야 한다.
기업환경에 대해 우리 보고서가 다루지 못하는 부분도 역시 많다. 투자환경이나 경제성장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부분은 세계은행 전체 차원에서 담당한다. 우리의 기업환경보고서 팀은 다소 다른 부분을 본다. 거시 투자환경이나 경제성장 관련 부분보다는 민간섹터의 발전에 더 주목한다. 세계은행에서 기관투자자 등의 입장에서 각국의 경제시스템을 평가하는 별개의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