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플랫폼 반독점 행위 단속, 사교육 금지, 게임규제설 등 중국 정부의 규제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중국 기업은 다 망할 것 같고 중국 주식은 절대 사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규제만 할까, 육성하려는 산업은 없을까.
지난 3일 중국 관영언론인 경제참고보가 "정신적 아편이 수천억 위안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기사를 내보내며 게임산업을 힐난했다. 이날 기사에서 언급된 '왕자영요'(王者?耀)를 서비스하는 텐센트가 10% 넘게 하락하는 등 중국 게임주는 급락하다가 오후 들어 경제참고보가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삭제하자 하락폭을 줄였다.
경제참고보의 기사가 중국 당국과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주가가 하락한 건 중국 투자자들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제참고보의 게임업체 비난기사를 보면서 떠오른 건 지난 7월 24일 중국 정부의 사교육 금지 기사에 달렸던 댓글이다. 한 중국 네티즌이 애들이 학원에 안가면 온종일 게임만 할 텐데 게임도 규제하라는 댓글을 달았다. 경제참고보 기사에도 일부 학생들이 하루에 8시간씩 '왕자영요'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2020년 중국게임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산업 규모는 2014년 1145억 위안(약 20조원)에서 2020년 2787억 위안(약 48조8000억원)으로 6년 동안 150%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중국 최대게임업체인 텐센트의 시장 점유율은 무려 56%에 달한다.
우리나라 학부모들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게임에 대한 중국 학부모들의 반감은 상당하다. 비싼 학원비 내고 학원에 보내는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게임만 붙들고 있으니 좋아할 수가 없다.
중국 시장조사업체인 퀘스트모바일(Quest Mobile)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유료 아이템 구매자 중 13세 이하가 5.1%, 14~18세가 8.1%를 차지하는 등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13.2%에 달할 정도로 학생 비중이 높다.
중국 정부가 사교육 금지라는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건 사교육의 성격 때문이다. 학부모의 돈이 학원비라는 명목으로 사교육업체로 이전되지만, 만약 모든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비슷한 학습시간을 투입한다면 절대지표인 점수가 올라가더라도 평가지표이자 상대지표인 등수는 동일하다.
즉 일부는 이익을 보더라도 다른 일부는 손해를 보게 되며 전체적으로 볼 때 이익과 손해의 합이 제로인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학부모나 학생이 누리게 되는 편익은 없으며 사교육업체만 돈을 번다. 만약 모두가 사교육을 안 받는다면 사교육업체는 손해를 보겠지만, 학부모와 학생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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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사교육 금지라는 초강경책을 채택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을 적게 느낄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높은 부동산 가격과 더불어 사교육비 부담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물론 사교육 금지가 옳다는 얘기는 아니다.
온라인 게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학생들이 하루종일 게임에만 빠져 있으니 중국 학부모 중에는 강력한 규제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 정부가 게임규제를 하더라도 놀라운 게 없는 이유다. 텐센트도 미리 준비했던 것처럼 미성년자의 평일 게임시간을 1시간30분에서 1시간, 주말은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이고 12세 미만 미성년자의 유료 아이템 구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고강도 규제책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다고 중국 정부가 기업을 규제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규제의 반대쪽에는 전기차, 반도체, 로봇 등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싶어하는 산업이 존재한다. 중국은 '첨단' 제조업을 키우고 싶어한다.
올해 상반기 중국 산업생산액은 전년 대비 15.9% 증가했으며 2년 평균 증가율은 7%를 기록했다. 그런데 품목별로 보면 전체 산업생산액 증가율을 월등히 상회하는 품목이 있다. 바로 전기차, 산업용 로봇, 반도체다.
올해 상반기 중국 전기차 생산량은 128만4000대로 전년 대비 205% 증가했다. 그 다음은 산업용 로봇으로 17만3630대를 생산했다. 전년 대비 69.8% 증가한 수치다. 중국이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위한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건 전기차다. 올해 상반기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120만6000대에 달했다. 6월 월간 판매량은 25만6000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판매량이 24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중국 권력의 최고 핵심기구인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시진핑 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었는데, 이날 '전기차 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월요일 시장이 열리자 중국 전기차업체 BYD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전기차 관련주에 시장 자금이 대량으로 몰렸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최근 BYD, 창청자동차 등 전기차업체, CATL, 간펑리튬, 윈난 뉴에너지 머티리얼 같은 2차전지 관련주가 급등했다. BYD는 시가총액이 8800억 위안(약 154조원)을 넘어섰고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CATL은 시가총액이 1조3000억위안(약 228조원)을 뛰어넘는 등 몸집을 불렸다.
반도체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상반기 중국은 전년 대비 48.1% 증가한 1712억 개의 반도체를 생산했다. 아직 글로벌 선두 업체와 기술격차는 크지만, 중국 반도체 산업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5월부터 중국 증시의 반도체업종지수는 50% 넘게 상승하며 2차전지 업종과 함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 중국 관련뉴스는 부정적인 쪽에 관심이 더 크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규제는 상세하게 보도되지만, 지원 정책은 잘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이 자국 기업을 규제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규제의 반대쪽에서는 전기차, 2차전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와 지원 정책을 더하면 중국 기업들에게 미치는 마이너스와 플러스 효과는 거의 상쇄된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 사교육업체, 게임업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전기차, 2차전지, 산업용로봇,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은 육성하지 못해서 안달이 났다. 특히 지난해 3500억 달러(약 402조원)어치의 반도체를 수입한 만큼 반도체 산업 육성은 수입 대체효과도 크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중국 정부의 규제와 지원 정책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항상 같이 존재한다. 양면을 모두 볼 수 있어야 중국 주식도 투자할 수 있고 우리 기업의 대응책도 고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