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거나 사도 오르는 장은 끝났다. 내년 증시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투자자들의 골칫거리였던 공급 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 우려는 내년 상반기 중에 완화될 수 있다. 반면 내년 하반기 미·중 정치 이벤트,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또다른 걱정거리가 예상된다. 증시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종목 선별이 중요해질 전망이라며 미래에 투자하는 기업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1일 주요 증권사들이 발간한 2022년 증시전망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지수의 최고치는 3400~3600포인트였다. 삼성증권이 2800~3400를 제시했고 하나금융투자는 최고 3480,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은 각각 최고 3500, 3600을 예상했다. 올해 고점이 3316(장중 기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5~8.6% 높아지는 셈이다.
그동안 두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했던 주식 투자자라면 다소 실망스런 전망이다. 경기 회복 둔화로 최근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탓이다. 다만 주식시장을 떠날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익 체력은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이다.
투자 분석 프로그램인 퀀티와이즈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 기업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56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2년 연속 200조원대이자 사상 첫 250조원 돌파다. 코스피 기업들의 내년 순이익 컨센서스도 184조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고치가 기대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순이익 비중이 정체되면서 추가적인 이익추정치 하향 조정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며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의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내년 SK하이닉스의 순이익 전망치는 고점 대비 33%가 하향조정 돼 대부분 진행됐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PCE(개인소비지출) 기준 2% 중반의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소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물가 수준"이라며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는 기우"라고 판단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 아세안과 중국 제조업 생산 차질이 정점을 지날 때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 가능하다"며 "완제품을 생산하는 자동차 주가가 먼저 반등하고 중간재인 반도체가 회복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내년 3월 우리나라 대선 이후 신정부 출범에 따른 확장적 재정정책 기대감, 정책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기업 투자 활동 증가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각국이 긴축 정책을 검토하게 된 배경도 올해 경기와 기업이익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며 "내년 실적 개선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연말연초에 현재의 우려들이 바닥을 찍고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사이클도 반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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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재정부양도 남은 카드다. 미국 상원은 지난 8월 여야 협상을 통해 1조2000억달러(약 1402조원)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 처리만 남겨둔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조속한 인프라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사회복지 예산안을 기존 3조5000억달러에서 1조7500억달러로 반감시켰다. 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경제가 고성장을 이뤘고 내년에도 추가 성장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당장 리세션(경기침체)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재정투자 확대는 자본재 신규 주문 증가를 통해 글로벌 증시 전반의 상승 동력이 돼 왔다"고 기대했다.

문제는 하반기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이 이르면 내년 3분기 중,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연말에 첫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시기를 2023년 초로 봤지만 최근 2022년 말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재만 연구원은 "과거 미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변화하면 코스피지수는 고점 대비 저점까지 평균 11%가 조정을 받았다"며 "내년에도 증시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내년 10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에 나설 전망이다. 이달 8~11일에 열리는 중국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에서는 시진핑의 3연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위는 이 자리에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대에 이어 3번째로 '당 역사 결의'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를 기점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 대 공화당은 상원 100석을 각각 50석씩 나눠 가지고 있다. 하원은 민주(220석)와 공화(212석)의 격차가 불과 8석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집권 전반부 중간선거는 과거 여당 무덤이었다"며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상실할 경우 재정정책 모멘텀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간선거의 전초전으로 오는 2일에 개최되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주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다. 버지니아는 최근 민주당이 우세해 여기서 질 경우 후폭풍이 일 수 있다.

이러한 변동성 장세에서 살아남는 기업을 고르는 핵심은 '투자'다.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는 구조적인 성장 스토리를 가진 기업들이다.
이재만 연구원은 "내년에 경기 성장률이 물가성장률보다 높고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보인다면 ROA(총자산수익률) 개선이 중요해질 수 있다"며 신규 투자에 나서는 기업 또는 기존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다만 업종별로 투자 시기에 따라 주가 수익률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과거 주가를 분석해볼 때 국내 경기소비재와 테크는 투자를 확대할 때 주가 수익률이 높았지만 커뮤니케이션은 투자 확대와 자금 회수 시기의 수익률 비슷했다. 에너지, 소재, 산업재는 투자 자금 회수 시에 주가 수익률 높았다는 것이다.
이은택 연구원은 "기대를 투자로 구체화하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소형 성장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구체적인 업종으로는 콘텐츠, 클린에너지, 바이오를 꼽았다. 콘텐츠는 플랫폼 산업이 보급률 60%를 넘어가면서 성숙기를 보이고 있다. 또 중국의 친환경 정책과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은 역설적으로 클린 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다. 바이오의 경우 내년엔 주가 조정에 따른 가격 매력과 임상 재개 등이 기대된다고 했다.
노동길 연구원도 "대선 이후 꾸려질 우리나라 신 정부의 정책은 중소기업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상반기 연기금 중소형주 벤치마크 확대 검토 예정도 중소형주에 무게가 실리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급망 충격, 높은 인플레이션, 에너지 수급 불균형 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계(로봇), 데이터 시스템, 에너지 솔루션, 수소 인프라 등이 주도주로 떠오를 것이라고 봤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내수, 방어, 성장주를, 리플레이션(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 대비하기 위해서는 낙폭과대의 수출·가치주(반도체·자동차를 담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