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충격으로 미국 증시가 29일(현지시간) 2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파월 의장의 지난 26일 매파적 연설이 언제까지 파장을 미칠지는 결국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것인가, 고점은 쳤으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불길한 조짐이 있다. 유가가 다시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9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 10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3.95달러, 4.2% 급등한 97.0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익월 인도분 선물가격으로는 지난 7월29일 이후 한달만에 최고치다.
영국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선물가격 역시 ICE 유럽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4.10달러, 4.1% 급등한 105.09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한달만에 최고 수준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주 사우디 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이 감산 가능성을 언급하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지난 22일 블룸버그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원유 선물시장은 최근 매우 얕은 유동성과 극단적 변동성이라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OPEC+(확대 석유수출국기구)는 이런 도전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감산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5일에 열리는 OPEC+ 회의에서 유가 안정을 위해 감산을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에 장 중 13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달 중순에는 WTI 기준으로 80달러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이에 대해 ADM 인베스터 서비스 인터내셔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글로벌 전략가인 마크 오스트월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원유시장은 경기 침체적 힘이 수요에 미치는 영향력과 지속적인 공급 제약 및 OPEC+의 감산 위협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계속되며" 큰 변동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유가가 지난 6월 초 단기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당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수요 감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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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 지난 10일 발표된 7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예상을 크게 하회하며 시장에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치고 꺾이고 있다는 안도감을 줬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호황을 지속하며 여전히 인건비 상승 부담이 크고 주택 임대료 오름세도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하락이 결정으로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따라서 유가 반등은 연준의 긴축 기조를 장기화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증시 악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고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이 주력해온 탈탄소로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장기간 축소되면서 만성적인 에너지 공급 부족의 위험이 잠재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OPEC+가 원유 증산을 결의한다 해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원유를 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국가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정도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6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실린 '에너지 전환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칼럼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WSJ의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프리먼은 맨해튼 인스티튜트의 마크 밀스가 작성한 보고서를 길게 인용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없애기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은 "위험한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세계 각국이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여전히 현대 문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84%는 탄소에 의존하고 있다. 탄소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년간 고작 2%포인트 낮아졌을 뿐이다.
태양광 에너지나 풍력 에너지가 전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전기차가 늘었다고 하지만 전기차가 감소시킨 전세계 원유 수요는 0.5%도 안 된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21세기 문명은 20세기 문명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신재생 에너지는 이 같은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스마트폰은 21세기 문명을 대변하는 디지털 기기다. 문제는 스마트폰은 냉장고보다 무게가 1000분의 1 수준밖에 안되지만 생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냉장고의 1000배라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는 매년 냉장고보다 10배 더 많은 스마트폰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세계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데 드는 에너지는 전체 자동차산업의 15%에 달한다.
21세기 들어 데이터 양이 급증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전기 먹는 하마'다. 전세계 클라우드 서비스를 유지하는데 드는 전기는 일본 전체가 사용하는 전기의 2배에 달한다.
기후변화로 에어컨과 난방에 드는 에너지와 곡물 생산에 드는 에너지 역시 날로 증가세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세계는 이미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필요한 에너지는 더욱 급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거의 인구수만큼 많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인구 20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소득 수준의 향상에 따라 전세계에서 인구 대비 자동차 보유대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현대 문명의 이 같은 폭발적 에너지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영국과 독일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전기 공급 시스템인 그리드를 미국보다 훨씬 더 빠르게 도입했지만 최근의 유가 파동 이전까지 20년간 이미 전기요금은 60~110% 폭등했다.

미국에서도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비중을 높인 그리드 사용을 의무화한 지역이 지난 20년간 늘어나면서 전기요금은 20%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에너지 공급의 70%를 차지하는 석탄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은 급락했으니 사실상 전기요금은 하락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반대로 오른 것이다.
이유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람이 불지 않을 때나 비가 와서 태양이 가려질 때에도 전기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도 상당히 비싸다.
WSJ는 최근 별도의 기사에서 1970년대 내내 미국 경제를 괴롭혔던 인플레이션이 1980년대 초 마침내 잡힌 것은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덕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면에는 유가 안정의 도움이 있었고 지적했다.
1973년 1차 석유 파동과 1978년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며 유가가 고공행진을 한 결과 원유 생산 시설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며 원유 공급이 안정된 것이 인플레이션 하락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가가 급등하기 전까지 유가는 장기간 50달러 내외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고 신재생 에너지가 인류의 선으로 여겨지며 화석연료는 장기간 투자에서 소외돼 왔다. 수요가 늘었다고 탄력적으로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시설 투자가 이뤄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올들어 주식 투자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에 대한 지분을 유가가 떨어질 때나 오를 때나 상관하지 않고 꾸준히 늘렸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석유는 물론 천연가스도 생산하며 미국 셰일가스 1위 업체인 아나다코도 보유하고 있다.
날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에 비해 에너지 공급이 한정돼 있다는 점,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탈탄소를 외치고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신재생 에너지는 '허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