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덜 나쁘다"…불안해도 美 증시에 몰리는 돈[오미주]

"가장 덜 나쁘다"…불안해도 美 증시에 몰리는 돈[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2.09.07 21:11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에너지 공급난과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성장세 둔화 등 전세계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되며 '킹(king) 달러'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6일(현지시간) 0.6% 오른 110.25를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4일 20년 만에 처음으로 110을 넘어섰다가 전날(5일) 110을 소폭 하회하며 주춤했으나 이날 다시 110을 상향 돌파했다.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0.29% 하락한 0.9897달러를 나타냈다. 1유로당 가치가 0.98달러대로 낮아졌다는 의미다.

이날 달러 강세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난 8월 서비스업 지수가 56.9%로 전달 56.7%보다 개선됐다는 발표 때문이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8월 서비스업 지수가 55.5%로 전달 대비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에 대해 베어링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크리스토퍼 스마트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전세계가 심각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미국이 가장 덜 도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계 모든 국가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데 미국은 고용시장이 강세를 지속하는 등 여전히 둔화 속도가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결과 글로벌 뮤추얼펀드 및 ETF(상장지수펀드)에서는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 펀드로는 자금이 간간이 유입되고 있다.

물론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8월26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예상보다 강력한 매파적 메시지를 던진 이후 미국 시장에서도 자금은 유출됐다.

레피니티브 리퍼에 따르면 지난 8월31일까지 일주일간 미국 펀드에서는 95억4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같은 기간 글로벌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 7억3000만달러의 13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WSJ는 지난 8월31일까지 6주일간 자금 유출입 동향을 보면 미국 펀드로는 이 기간 중 4주간 자금이 유입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글로벌 펀드에서는 20주 연속으로 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2019년 10월말까지 22주 연속 자금 유출 이후 최장기이다.

이는 지난 6월 중순 글로벌 증시가 저점을 형성한 이후 미국 증시가 전세계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S&P500지수는 지난 6월16일 이후 6.6% 상승한 반면 유럽 증시의 스톡스 유럽 600지수는 2.5%, .일본 닛케이 225는 4.5% 올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1.3% 하락했다.

미국 선호 현상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펀드매너지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유럽 증시 비중을 축소했다는 대답은 확대했다는 대답보다 34%포인트 많았다.

반면 미국 증시에 대해서는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응답이 축소하고 있다는 응답보다 10%포인트 더 많았다,

지난 1월만 해도 유럽 증시에 대한 비중확대는 비중축소보다 35%포인트 더 많았다. 반대로 미국 증시에 대한 비중확대는 비중축소보다 고작 5%포인트 더 높았다.

다만 수년째 미국 주식이 다른 지역 주식보다 초과수익을 내면서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비싼 상태다.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의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16.7배인 반면 스톡스 유럽 600지수의 PER은 11.6배에 불과하다.

밸류에이션이 높아도 미국 증시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그나마 미국이 가장 덜 나쁘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를 비롯한 여러 물자들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며 인플레이션이 미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여전히 전면 봉쇄로 대처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경제가 큰 폭으로 하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긴 해도 고용과 소비, 제조업과 서비스 경기 등이 아직까지 호조세를 유지하며 경기 침체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잰 해치어스는 이날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계속하는 가운데 경기를 연착륙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나빠질 수 있고 우리도 미국 경제가 내년에 약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3분의 1이라고 보지만 경제가 3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3가지 목표란 성장률이 장기간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것, 노동력 수급 격차가 줄어드는 것, 인플레이션의 큰 폭 하락이다.

해치어스는 긍정적인 신호로 실질소득의 반등, 빠듯한 고용시장의 완화,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끝났다는 징조 등을 꼽았다.

고용시장의 공급 부족이 완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쳤으면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반면 실질 임금이 반등하면 재정 및 통화 긴축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해치어스는 특히 "원자재 가격의 급락, 강달러, 공급망 개선 등이 제품 가격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나우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 1,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으나 3분기에는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6%로 상당히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치어스는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는 피해가겠지만 "향후 수년간 추세선(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물론 미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블랙록은 이날 보고서에서 연준이 강조하고 있는 대로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끌어내리려면 경제를 침체에 빠뜨려 수요를 붕괴시켜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준이 긴축으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에 놀라 금리 인상을 중단했을 때는 이미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증시에는 좋겠지만 그 때까지 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증시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S&P500지수는 6일 3908.19로 마감했다. 3900이 무너지면 지난 6월16일 기록한 올들어 최저치인 3666.77까지 쭉 미끄러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관건은 전저점인 3666.77이 깨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의 기술적 분석팀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높아 아직 바닥을 지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저점 붕괴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반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수석 미국 전략가인 에드 클리솔드는 지난 8월31일 보고서에서 "지난 6월 저점에서 시작된 랠리는 베어마켓 랠리라기보다 경기순환적 강세장의 초기 단계에 가까워 보인다"며 "몇몇 기술적 지표들이 (강세장을 결정짓는) 기준선을 뚫고 올라갔고 신고점 경신 종목이 늘어난 것은 침체장 하락세가 수명을 다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강세장을 확신하기에는 몇 가지 기술적 지표가 부족하다며 지난 6월16일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클리솔드가 강세장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기술적 지표는 S&P500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아깝게 넘지 못하면서 6월16일~8월16일 랠리 때 상승폭의 절반을 반납한 것과 5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한 종목의 비율이 90%를 넘지 못하고 소폭 하회한 것이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았을 때 침체장은 평균 7개월 지속되며 S&P500지수가 중간값으로 25% 하락했다며 올 1월부터 지난 6월 중순까지 증시 하락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면 지난 6월16일 저점을 다시 테스트한다고 해도 하락세가 길고 극심하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반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침체장은 평균 1년간 이어졌고 하락률도 중간값이 35%로 확대됐다.

아울러 클리솔드는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는 노동절 휴장 이후부터 10월말까지 1년 중 가장 수익률이 부진했다며 10월25일까지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1~12월에는 증시가 역사적으로 강세를 보였고 올해처럼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통상 연말에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