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모대출 시장의 부실 우려가 확산하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리스크가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모대출 투자기구의 레버리지(차입)가 과도한 수준은 아니어서 은행권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사모대출 시장의 불안 요인 분석 및 확산 가능성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사모대출 시장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며 "실제로 사모대출펀드와 BDC(기업성장펀드)는 은행 차입 등 외부 자금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은행은 사모대출 운용사에 신용공여한도를 제공하는 등 중요한 자금 공급자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금융시스템은 서로 연결돼 있어 한곳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곳으로 번질 수 있다"며 사모대출 시장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모대출 펀드 시장에서 자금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루아울캐피털'에서 1분기에만 총 54억달러(약 8조1400억원) 규모의 자금회수 요청이 발생했다.
사모대출은 비은행 금융기관에 기업에 직접 제공하는 대출을 말한다. 은행대출과 달리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기반으로 펀드를 조성한 뒤 해당 펀드가 기업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는 구조다.
대체투자시장 분석업체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운용자산(AUM)은 2010년 말 3800억달러(약 559조원)에서 2024년 말 2조1000억달러(약 3089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저금리 장기화, 규제강화에 따른 은행대출 공급 축소,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여건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주요국 정책금리가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사모대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 참여도 증가 추세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2010년 중반 운용자산의 1% 수준이었으나 최근 13%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사모대출 시장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에 제공된 직접대출 잔액이 5000억달러(약 737조원)을 웃돌면서 AI(인공지능) 발전이 소프트웨어 기업 신용위험 확대로 이어지는 경우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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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구원은 "사모대출 투자기구의 레버리지가 크게 과도한 수준은 아니어서 은행권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아직 제한적 수준"이라며 "다만 향후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동사태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경우 고금리 여건이 장기간 이어져 사모대출 차입기업의 이자부담이 늘어나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모대출 시장의 환매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의 사모대출 펀드 판매잔액, 익스포저 등을 취합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