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콜로키움 2026]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제도가 드디어 확정됐습니다. 초안이 글로벌 기준에 비교하면 너무 뒤처지고 한국이 뒤를 따라가야만 되는 체력이 아니지 않냐는 지적에 따라 많은 공론화 끝에 확정됐습니다."(이진규 삼일PwC 파트너)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제도적·정책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8일 당정은 ESG 공시 의무화 방안을 확정짓고 2028년부터 연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법정 공시로 적용키로 했다. 당초 초안에 비해 강화된 내용이다. 지난달에는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든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이 10년 만에 발표됐다. 기업은 경영 전략에, 투자자들은 투자 전략을 위한 의사결정에서 ESG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머니투데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ESG 콜로키움 2026'을 개최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ESG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됐다. AI(인공지능) 시대의 ESG 평가와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ESG 공시 의무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변화와 대응 전략 등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고은해 서스틴베스트 AX센터장은 AI와 ESG 평가에 대해 설명했다. 고 센터장은 "AI 활용으로 줄어든 시간과 비용만큼 데이터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분야에서 ESG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지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AI 활용이 새로운 ESG 평가 대상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학습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다. 고 센터장은 "합법적인 경로로 습득한 데이터인지 입증하지 못하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실제로 어도비는 데이터를 어떻게 조달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사회가 소송을 당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실시하며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책적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선 실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는 자율에 맡겨졌던 주주 보호의 최소선을 법으로 규정하고, 기업은 밸류업 공시를 통해 이익 개선을 이뤄 디레이팅을 해소하며, 기관투자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이 공시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이 세 주체가 어우러져 시장 신뢰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지금은 그 실행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진규 삼일PwC 파트너는 기후 위험 수준 정량화의 필요성과 방법론을 강조했다. 이 파트너는 "기후 위험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후 관련 대응 전략과 이행 계획이 구체적이어야 한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전략과 계획을 잘 세우려면 기후 위험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측정해야 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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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복잡한 기후 위험관리 정보를 수치로 산출해내는 역량이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파트너는 "미래 기후 위험에 노출된 자산, 부채, 자본, 수익과 비용에 관한 정보는 투자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정보로 인식되고 있다"며 "기후 대응 전략도 변수를 아우르는 수치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두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ESG 공시는 취약점을 숨기고 더 적게 말하는 게 아니라 말한 것을 지킬 수 있도록 공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신뢰받는 ESG 공시는 좋은 말이 아니라 말과 실행의 일치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공시에서 피해야 할 표현으로는 근거 없이 단정적인 표현, 선언적 문구, 재무 공시와 일치하지 않는 ESG 정보 등을 제시했다. 또한 공시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들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서명할 수 있을 만큼 데이터 체계와 내부통제를 통해 신뢰 있는 숫자를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숫자가 믿을 수 있는 절차를 거쳐 나왔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때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장은 ESG 공시를 제2의 재무제표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재무제표만으로는 10년, 30년 이상의 존속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ESG 공시로는 장기존속 기업에 대한 옥석 가르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ESG 공시는 비재무 정보를 재무제표에 준하는 신뢰성·비교가능성을 갖추도록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라며 "지난 2월 금융위원회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을 발표하며 5년간 이어졌던 논의가 마침내 궤도에 올랐다"고 짚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호병 머니투데이 대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올해 기업 경영의 기본 슬로건으로 떠올랐다"며 "재무적 관점에서만 보면 최소 비용으로 만들어 가장 잘 파는 것이 기업 경영이라면, ESG는 여기에 해야 할 것과 조심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최근 상법 개정과 중복상장 규제 등으로 소액주주 보호가 강화되면서 대주주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 속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며 "머니투데이는 이런 고민을 함께 풀어가기 위해 ESG 콜로키움과 탄소중립 아카데미를 선제적으로 마련해 ESG 경영 실천을 위한 전략을 제공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ESG 경영이 확산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