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8' 공개로 애플과의 차세대 폴더블폰 대전이 막을 올렸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크기나 접힘 자국 같은 외형 스펙은 더 이상 시장의 향방을 갈라놓을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 업계가 주목하는 진짜 승부처는 수십만 번의 개폐를 견뎌내는 얇고 예민한 강화유리를 지켜내는 '보이지 않는 정밀 소재'다.
23일 스마트폰 부품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차세대 폴더블폰의 초박형 강화유리(UTG) 주변을 받쳐주는 핵심 기능성 소재를 아이씨에이치(621원 ▲23 +3.85%)로부터 단독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주요 제조사들의 최상위 제품군에 동시에 단독 공급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폴더블폰의 두께가 해를 거듭할수록 극도로 얇아지면서, 머리카락 굵기 수준으로 얇게 깎아낸 강화유리를 보호하는 완충 소재의 중요성이 커진 결과다. 유리가 아무리 정교해도 주변 구조가 온도나 습도 변화, 조립 과정의 미세한 오차를 흡수해 주지 못하면 유리에 압력이 누적돼 주름이나 파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씨에이치가 공급하는 폼 소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방어막이다. 폼 소재는 성격에 따라 폴리에틸렌(PE)폼과 폴리우레탄(PU)폼으로 나뉜다. PE폼은 얇고 촘촘하게 펴져 디스플레이 바로 아래에서 미세한 틈을 메우고, 접었다 펼 때마다 생기는 억센 압축을 복원력으로 튕겨내며 화면을 평평하게 유지시킨다.
반면 PU폼은 배터리나 기판처럼 두꺼운 내부 부품 주변에 들어앉아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기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까지 함께 제어한다. 시장에서는 '완충재'라는 한 단어로 통칭하지만, 실제로는 정밀하게 위치별 역할을 나눠 유리를 지키는 기술이다.
폼 소재는 내부 설계 치수를 미리 다뤄야 하는 특성상, 디자인 보안과 사양 유출에 극도로 민감한 제조사들이 엄격한 검증 없이 채택하기 어려운 부품이다. 시가총액 200억원대 코스닥 중소형사인 아이씨에이치가 양사 모두로부터 단독 벤더 지위를 확보했다는 것은 그만큼 독보적인 기술 격차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아이씨에이치는 이번에 출시되는 갤럭시Z폴드8·갤럭시Z폴드8 울트라·갤럭시Z플립8' 3개 모델에 폼 소재 외에 무선주파수(RF)·전자파간섭차폐(EMI) 가스켓 부품도 공급한다. 기기 1대당 각각 최대 4곳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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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가스켓과 폼 소재는 유리 모듈 주변의 틈새를 채워 압력을 분산시키고 접촉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삼성전자가 이번 폴드8에 강화유리 두께를 조정하고 티타늄 필름과 신규 광학투명접착제(OCA)까지 적용하며 주름 잡기에 공을 들인 것도 유리 하나만으로는 완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씨에이치는 올가을 공개되는 애플의 첫 폴더블폰에도 폴리에틸렌폼을 공급한다. 이 역시 애플 진영 내 유일한 공급사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아이씨에이치가 폴더블폰 시장에서 쌓아온 트랙레코드 덕분이다. 회사는 2023년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5 시리즈에 PE폼을 처음 공급한 바 있다. 삼성 라인업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완충 기술이 애플의 첫 폴더블 프로젝트에도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아이씨에이치의 소재들은 초슬림 폴더블폰의 정밀한 두께를 유지하는 동시에 '전자 노이즈'라는 구조적 난제도 해결했다. 최신 스마트폰은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보편화되면서 내부 연산량이 폭증하고 있다. 연산량이 늘어날수록 내부 회로에서 불필요한 전압인 전자 노이즈가 강해지는데, 이를 제때 배출하지 못하면 통신 지연이나 터치 오작동이 일어난다. 아이씨에이치의 가스켓은 좁은 틈새에서도 전도성을 갖춘 정밀 부품으로 전자 노이즈를 즉각 배출하고 5G 안테나 성능 저하를 방지한다.
아이씨에이치는 이번 대량 양산 공급을 발판 삼아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모바일에서 검증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전장, 피지컬 AI 로봇,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미래 성장 산업으로 적용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PU폼 기술은 이미 피지컬 AI 로봇용으로 확장 중이다. 지속적인 충격과 진동에 노출되는 로봇의 특성에 맞춰 헤드센서, 어깨관절, 몸통, 배터리팩, 다리 부위 등에 적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현재 고객사 품질평가를 통과했으며 연내 양산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씨에이치 관계자는 "이번 삼성 갤럭시 신제품에 대한 양산 공급은 소재 기술력이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모바일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적용 영역을 넓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