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이 금리 불안으로 회사채 발행을 미루고 보다 만기가 짧은 자금 조달에 집중하면서 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의 단기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단기사채·CP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예정된 회사채 수요예측은 금융지주와 생명보험사 등의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하면 일반 기업 일정이 사실상 비어 있다. 휴가철과 반기 검토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발행이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에 높은 조달 비용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1~7월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77조8438억원이고 상환액은 73조53억원으로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이 4조8385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발행액보다 15조3307억원 급감했다.
반면 은행채는 23조8182억원 순발행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조7662억원 증가했다. 기업의 장기 회사채 조달이 위축된 사이 은행채 발행은 급증한 셈이다.

단기 조달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CP(기업어음) 발행액이 19.0% 늘어난 282조7547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단기사채 발행액도 반기 기준 최대 990조9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4% 증가했다. 증시 호황으로 거래가 늘면서 증권사들이 매매 결제대금 선지급과 미수·신용거래 재원에 필요한 단기 유동성을 늘렸고 일반 기업도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은 단기사채를 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 불안이 이어지며 물가 압력이 커진 가운데 시장이 한국은행의 긴축 전환을 선반영하면서 회사채 금리는 상승했다. 무보증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 3일 연 4.462%로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3.459%보다 100.3bp(1bp=0.01%포인트) 올랐다.
회사채시장이 9~10월 성수기에 빠르게 회복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9~10월 만기가 13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회사채와 단기금리의 격차가 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할 의지가 불확실해졌다.
회사채 발행 부진이 이어지면 증권사 기업금융(IB)부문에서 채권자본시장(DCM) 주관·인수 물량이 줄어드는 반면 CP와 단기사채 주선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 금리 대비 회사채 조달 코스트(비용)가 높아서 회사채 발행 니즈(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 시기로 회사채 투자 수요도 좋지 않아 발행 스프레드(금리격차)가 확대될 우려도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