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ETF 댐에 갇힌 유동성

[우보세]ETF 댐에 갇힌 유동성

김세관 기자
2026.08.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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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7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2026.07.29.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7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2026.07.29. [email protected] /사진=고범준

자본시장은 마치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비해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는 댐과 같다. 하지만 댐에 물을 가둬두기만 하면 문제가 생긴다. 물은 넘쳐도 하류는 메말라간다.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런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문턱을 낮춰준 대표적인 상품이다. 종목을 일일이 고르지 않아도 적은 비용으로 반도체와 자동차는 물론 채권, 해외 증시까지 클릭 몇 번이면 투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투자 저변을 넓혀 자본시장으로 새로운 자금을 끌어들이는 통로 역할을 했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대형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소형주와 성장기업으로 순환하며 시장 전반의 유동성을 높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자금이 시장 전체를 순환하기보다 특정 종목과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담은 ETF로 몰린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도주로 흘러갔고, 패시브 자금도 지수 비중대로 움직였다. 투자자들은 다시 수익률이 높은 레버리지 ETF를 선택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ETF로 유입된 자금이 특정 종목에 쏠리며 코스피를 키우는 동안 코스닥은 오히려 지수가 역행했다. 역설적으로 개인들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ETF가 특정 종목으로의 쏠림을 키우며 시장의 자금 순환을 막는 모습이 연출됐다.

ETF를 탓하거나 혁신상품을 막자는 의미는 아니다. 물가보다 낮은 임금 상승률 속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좇는 개인투자자들의 선택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자금이 특정 상품과 종목에 과도하게 쏠려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훼손하지 않도록 시장의 판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정책당국과 시장 운영자들의 세심한 고민은 아쉬웠다.

특히 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처럼 수급 쏠림을 증폭시킬 수 있는 상품은 상장 여부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초자산의 거래대금과 유동성, 특정 종목에 대한 자금 집중도는 물론 급락 시 시장 충격까지 종합적으로 살폈어야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관련 대책이 나오면서 시장 흐름도 점차 안정화 모습이다. 코스닥도 7월 말 이후 이달 10일까지 약 30%가량 반등했다.

우리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더 아래로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ETF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까지 자금시장에서 소외되는 구조는 건강하지 않다. 하류까지 물이 흘러야 강과 들이 살아나듯 거대한 ETF라는 댐을 키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댐이 아니라 넘치는 유동성이 시장 곳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수문과 물길을 촘촘히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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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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