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새 환율 180원 급락… 환헤지형 웃었지만 "장기투자엔 환노출형"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미국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자들 희비가 엇갈린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중에서도 상품명에 환헤지형을 의미하는 '(H)'의 유무로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약 두 달 사이 180원 급락하면서 이들 간 수익률 차이는 최대 8%포인트를 웃돌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투자 시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환노출형이 적합하다고 조언한다.
31일 코스콤 CHECK Expert+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최근 3개월간 'TIGER 미국S&P500(H)(17,810원 ▼55 -0.31%)'은 1.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환노출형인 'TIGER 미국S&P500(26,130원 ▼150 -0.57%)'은 -6.91%에 그쳤다. 나스닥100을 기초지수로 삼는 ETF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TIGER 미국나스닥100(H)(22,885원 ▼80 -0.35%)'의 수익률은 -1.38%로, 환노출형인 'TIGER 미국나스닥100(178,540원 ▼950 -0.53%)'(-9.56%)에 비해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이처럼 수익률이 갈리는 이유는 환율 변동을 반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지수 ETF는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자산운용사는 상품을 설계할 때 환율 변동을 수익률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상품명 끝에 '(H)'가 붙어 있다면 일정 시점의 환율을 고정해 환율 변동 위험을 제한하는 환헤지 상품이다. 반면 '(H)'가 없으면 환율 변동을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하는 환노출 상품이다.
단기적으로 환헤지형 상품의 수익률이 더 높았던 배경에는 최근 급격하게 진행된 원화 강세가 자리한다. 지난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4원 내린 1372.5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는 약 1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 2일 기록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555.8원과 비교하면 183.3원이나 내렸다.
박승진 하나증권 실장은 "약 2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이 1550원대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환차손이 발생했다"며 "환헤지형 상품은 원·달러를 헤지해 환차손·환차익 노출을 없애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환노출형보다 수익률이 더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환헤지를 하게 되면 헤지 비용이 발생해 수익률이 약간 깎이지만 지금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환차손이 더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 증권가에서는 최저치로 1300원까지 제시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 요인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에 기반한 국내 경기 모멘텀 강화 흐름 지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으로 달러 매도 물량 증가 △무역·경상수지 흑자 규모 확대 △국내 제조업 경기 모멘텀 강화" 등을 꼽았다.
다만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 투자자일수록 환노출형을 활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처럼 달러 금리가 원화 금리보다 높은 경우 환헤지 비용을 부담하는데, 이는 매년 누적되는 부담으로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ETF의 수익률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된다. 헤지 비용 탓에 환헤지형 상품은 환노출형보다 총보수도 비싼 경향이 있다. 실제로 TIGER 미국S&P500(H)의 총보수는 환노출형보다 0.0632%포인트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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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 S&P500 투자는 달러 자산 보유 목적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급락할 때 환율 상승이 주가 하락을 일부 상쇄하는 완충 효과도 있어 환노출형이 장기 투자의 기본 포지션으로 적합하다"며 "환헤지형은 환율이 고점권이라고 판단되는 구간에서 환율 하락 리스크를 부분적으로 방어하는 트레이딩 수단으로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