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티법 좌초한 美, 스테이블코인은 순항…그마저도 없는 韓

클래리티법 좌초한 美, 스테이블코인은 순항…그마저도 없는 韓

성시호 기자
2026.09.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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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법 내년 시행 눈앞
분리입법에 정쟁 유탄 면해
기본법 발묶인 韓 '발 동동'

미국 상하원이 위치한 워싱턴DC 국회의사당./사진=성시호
미국 상하원이 위치한 워싱턴DC 국회의사당./사진=성시호

미국 클래리티(CLARITY) 법안이 상원 표결 끝에 좌초하며 연말 가상자산 시장엔 내년 시행을 앞둔 지니어스법이 정책 현안으로 남았다. 미국발 스테이블코인 유통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관련 입법이 답보 중인 한국 업계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블록체인 기업들은 간밤 미국 상원에서 전해진 클래리티 법안 클로처(토론종결) 부결 소식을 놓고 향후 대응방향을 점검했다. 그간 미국 내 법안 추진동향은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재촉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된 터다.

미국은 시장구조 획정을 골자로 한 클래리티 법안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규정이 담긴 지니어스(GENIUS) 법으로 가상자산 입법방향이 나뉘었다. 지니어스법은 지난해 7월 입법을 마쳐 내년 1월 시행을 확정했다.

지니어스법은 지난달 미 재무부가 하위규정 제정예고(NRPM)를 발표, 시행 전 준비작업이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국내에선 시장구조·스테이블코인 규정이 한데 묶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2년째 답보하는 가운데 미국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면서 시장 잠식이 가까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간 입법시점이 어긋난 데 따라 국내 사업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불이익도 걱정거리다.

법무법인 화우는 최근 보고서에서 "재무부 예고는 법 시행을 위한 하위규정 정비가 본격화했음을 보여주며 한국 법제·사업자에게도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특히 유통요건과 확인·실사 의무를 검토하고,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유통 가능성을 고려해 주요국 규제와의 상호인정·감독 협력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화우 연구진은 또 "지니어스법에 이어 재무부 예고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지급·결제수단으로 규율하고, 국경 간 지급·결제를 전제하는 정책방향이 재확인됐다"며 "한국 외국환거래법 정비방향도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초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로 예고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제출시점은 연이어 미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제정 작업이 4분기로 접어들면서 국정감사·예산안 정국이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입법이 늦어진 원인으로는 주로 가상자산거래소 소유분산(대주주 지분율 제한) 규정 등을 둘러싼 다툼이 거론된다. 국내 거래소들은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대주주 심사가 강화된 가운데 해외에 없는 비대칭 규제가 추가 도입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논의가 이어지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일단 사업 준비에 나섰다. USDC 발행사 서클과 협력키로 한 카카오·토스와 국제 신용카드사 비자와 협업한다고 밝힌 두나무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은 제도 불확실성 등 여파에 구체적인 사업구상은 함구하는 분위기다.

한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기술검토나 해외협력 등을 준비할 수는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준비자산·상환의무 등이 정해지지 않으면 실제 투자규모나 사업구조를 확정하기 어렵다"며 "제도가 구체화돼야 업무협약(MOU)이나 사업 검토를 넘어 상용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국내 기업들이 규제 위험을 감수하면서 해외 사업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 12월 초까지 법안을 논의하겠다는 구상이 나왔지만, 일정이 계속 지연됐기에 내년 상반기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사업화를 시작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줄어들 수 있어 우선 글로벌 중심으로 사업을 개시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또 "미국은 지니어스법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확정하고, 당국이 별도 가이드라인으로 사업을 허용하며 클래리티 법안을 통해 구조를 명확히 하는 병렬적 제도화를 진행 중"이라며 "국내 당국이 미국의 최종 구조를 확인한 뒤 제도를 확정하려 한다면 일정이 함께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15일(현지시간) 악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클래리티 법안 심의를 위한 클로처 표결을 진행했으나 찬성 49표·반대 50표로 부결됐다. 총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을 점유한 가운데 가결선(60표)을 맞추기 위해선 야권 협조가 필요했지만, 45석을 점유한 민주당은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이해충돌 조항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상원 규칙상 이번 표결은 법안 폐기와 무관하다. 법안은 재심의에 넘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지 정치권에선 찬성표 미달폭과 올 11월 중간선거, 선거 후 의회재편 등을 감안할 때 연내 법안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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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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