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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중심으로 개인이 직접 건강 데이터를 확인하고 이상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뒤 질환을 치료하는 전통적인 의료체계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자율건강'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높은 의료비와 보험에 따른 의료 접근성 격차로 예방·상시관리 서비스가 성장할 여지가 큰 시장으로 꼽힌다. 실제 소비자가 직접 검사와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매하는 기업에 대규모 자본도 유입되고 있다.
◇높은 의료비·검진 접근성 격차…'치료 전 관리' 수요 확대
한국은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반면 미국은 민간보험 중심의 의료체계인 만큼 보험 가입 여부와 경제적 여건에 따라 검사와 의료서비스 접근성에 차이가 크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내내 건강보험이 없었던 미국인은 267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9%를 차지했다. 만 19~64세 근로연령층의 무보험률은 11.0%로 더 높았다.
비용 부담은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에도 영향을 준다. 미국 비영리 보건정책기관 KFF가 올해 9월 업데이트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28%가 최근 1년간 비용 때문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건너뛰거나 미룬 경험이 있었다. 무보험 성인의 경우 이 비율이 62%에 달했다.

미국에도 예방의료 지원제도는 있다. 건강보험개혁법(ACA)에 따라 의료 전문가 패널인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가 권고하는 일부 암 검진과 고혈압 검사 등은 보험 가입자가 별도 본인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다만 한국처럼 국가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광범위하게 제공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의 지난해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75.4%였다. 미국에서는 개인이 필요성을 판단해 의료기관이나 서비스를 찾아가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 같은 환경은 질환이 발생한 뒤 병원을 찾는 것과 별개로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는 수요를 키우고 있다. 혈액검사와 웨어러블, 각종 생체신호 측정기기를 통해 건강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려는 시장이다.
고령화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약 5500만명에서 지난해 약 6400만명으로 16.4% 증가했다. 만성질환과 함께 살아가며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한 인구 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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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본 '상시 관리'에 베팅…HEM파마도 자율건강으로 확장
자본시장도 소비자가 직접 건강 데이터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미국 펑션헬스는 올해 7월 4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를 조달했다. 웨어러블 기업 웁(Whoop)은 3월 5억7500만달러(약 7700억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1억달러를 인정받았다. 스웨덴 네코헬스도 7월 7억달러(약 9400억원) 규모 시리즈C를 마쳤다.
시장 성장 전망도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는 올해 소비자 직접 의뢰(DTC) 검사 시장을 75억2000만달러(약 10조원)로 추정했다. 2030년까지 연평균 25.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흐름은 일회성 검사에서 상시 관리로 넓어지고 있다. 연 1회 검진이나 검사 키트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건강 데이터를 축적해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위딩스의 소변 분석 장치 'U-Scan'처럼 화장실을 건강 데이터 수집 공간으로 활용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HEM파마가 내세우는 '자율건강'도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이미 마이크로바이옴 분석과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을 통해 11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제 특정 시점의 장내 환경을 분석하는 데서 나아가 일상에서 건강 신호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AI로 변화를 분석하는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
변기에 부착해 장내 가스 등 건강 신호를 수집하는 '바이그널'이 대표적이다. 기존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이 특정 시점의 데이터를 분석했다면 바이그널은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HEM파마의 포지셔닝 전환은 마이크로바이옴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이를 자율건강의 데이터 기반으로 확장하는 데 가깝다. 기존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에 일상에서 축적되는 건강 데이터를 결합해 예측·예방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공공의료와 국가검진의 범위가 넓어 자율건강에 대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예방과 상시 건강관리가 헬스케어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