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막힌 IPO] ②"한국증시 고질적인 중복 상장 문제"

SK하이닉스(1,277,000원 ▲54,000 +4.42%)의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IPO(기업공개) 여부가 정치적 이슈로 불거지면서 시장의 평가도 받기 전에 상장 검토가 중단됐다. 정치권의 상장 중단·전면 재검토 요구가 쏟아지면서다.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가 약세가 지속되면서 부정적인 여론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솔리다임 IPO에 대해 주주가치를 희석하는 중복상장 사례라며 상장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중복상장 문제가 해외로까지 확장되는 전형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에서 중복상장 원칙금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우회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있고 상장 단계에서 저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제도적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SNS(소셜미디어)에 "하이닉스 주주의 이익을 SK(465,500원 ▲4,000 +0.87%) 총수와 계열사가 편취하도록 설계한 '슈킹 컴퍼니' 수법"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 이 상장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솔리다임 상장으로 SK하이닉스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경우 이사회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금융당국도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위원장은 국감에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저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며 "모회사인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775,000원 ▲24,000 +3.2%) 이사회는 주주충실 의무에 기반한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솔리다임 IPO 계획이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도 상장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IPO설이 퍼진 지난 1일부터 SK하이닉스 주가는 33.28% 하락했고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됐다. 이 기간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누적 순매도는 7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솔리다임 IPO 검토 중단 발표는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23일 SK하이닉스는 전거래일 대비 3.27% 상승 마감했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원인 중 하나로 솔리다임 중복상장이 지목됐던 만큼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IPO가 중단되면서 솔리다임의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이 온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솔리다임 IPO 문제로 SK하이닉스 매수를 망설인 측면이 있었다"며 "실적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돼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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