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순찰로봇이 공원 벤치에 누운 사람이 응급 환자인지, 잠깐 쉬는 취객인지 전후 시간의 행동을 확인하여 상황을 이해합니다. 전국 지자체 관제망과 연결돼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이동형 인공지능(AI) 관제탑'인 셈입니다."
지난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국제치안산업대전' 현장에서 만난 국내 CCTV 통합관제센터 점유율 1위 기업 이노뎁(2,850원 ▼20 -0.7%)의 관계자는 스마트 순찰로봇이 여는 미래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로봇은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AI의 실외 자율주행 로봇 '개미(GAEMI)'에 이노뎁의 AI 영상분석 알고리즘과 통합관제 시스템을 연동했다. 지자체 고정형 관제 시장의 물리적 시야 한계를 딛고, 로봇을 활용한 피지컬 AI 관제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기존 고정형 CCTV는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구조라 건물 뒤편이나 골목길 사각지대를 피하기 어려웠다. 불법 주정차 구역에 차량이 있어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원거리 화각 탓에 단속에 필요한 번호판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스마트 순찰로봇은 지상 1미터 안팎의 보행자 눈높이로 움직이며 현장을 포착한다. 불법 주차 차량에 직접 접근해 번호판을 정면에서 촬영하고 기존 사각지대를 메우는 방식이다. 핵심 기술은 자체 개발한 시각언어모델(VLM)과 소형 거대언어모델(sLLM) 엔진이다
시중 영상분석 기업들이 주로 쓰는 오픈소스 비전 모델(YOLO)은 근거리 정지 화면 위주로 학습돼 카메라 각도나 배율이 바뀌면 잘못된 경보가 울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전후 맥락 없이 순간 사진만 판독하다 보니, 공원 벤치에 누워 쉬는 취객을 급성 심정지 같은 '응급 쓰러짐'으로 잘못 판단해 불필요하게 출동하는 식이다.
이노뎁은 사건 전후 10~20초간의 상황과 주변 맥락을 함께 분석하는 자체 VLM 기술로 이 문제를 풀었다. 취객이 비틀거리다 스스로 누웠는지, 갑자기 쓰러졌는지를 구분해 불필요한 오경보를 줄였다. 회사는 이미 울산광역시 등 주요 지자체에 이 VLM 기반 솔루션을 구축해 연말까지 실증 예정이다. 지자체별로 필요한 감시 항목이 생기면 명령어(프롬프트) 입력만으로 새로운 단속 시나리오를 즉시 추가할 수 있다.
이노뎁은 이동 경로와 장소에 맞춰 감시 대상을 스스로 바꾸는 '스케줄링'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이동 중에는 보행자 폭력이나 다툼을 살피고, 특정 거점에 멈추면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하거나 카메라를 들어 화재를 감시하는 방식이다. 수천 대의 고정형 카메라와 로봇 영상이 한꺼번에 몰려도 자체 분산처리를 통해 서버 부하를 고르게 나눠 실시간 분석을 끊김 없이 지원한다. 이미 전국 지자체 관제센터에 깔려 있는 이노뎁의 관제솔루션에 로봇을 연결하게 되면, 지자체로선 별도 시스템 구축 비용 없이 곧바로 이동형 치안망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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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부스에 설치된 관제 모니터에서는 통합 비전 분석엔진인 '뷰캐처(VUCatcher)'가 실시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화면 속 조건 검색창에는 성별, 연령, 상·하의 모양과 색상, 모자·안경·신발 종류, 차량 종류와 색상 등 20여 가지 속성이 배열됐다. 여기에 쓰러짐, 폭력, 침입, 배회는 물론 안전모 미착용, 화재 같은 돌발 상황과 함께 특정 구역에 머문 최소 체류시간(초 단위) 등을 세팅해 원하는 대상을 정밀하게 찾아낸다. 최대 100명의 인원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일상 언어로 묻는 자연어 검색 시연도 눈길을 끌었다.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사람"이나 "파란 옷을 입은 남성"처럼 문장 형태로 검색어를 넣자, AI가 옷차림과 체형 등 외형적 특징을 대조해 같은 인물을 찾아낸 뒤 전자지도 상에 이동 동선을 시간순으로 즉시 띄웠다.
이노뎁은 연말까지 스마트 순찰로봇의 기본 기능을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 전국 지자체와 경찰청을 대상으로 PoC(개념검증)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로보티즈AI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드론, 4족 보행 로봇 등 다양한 하드웨어와 연동 가능한 '오픈 플랫폼' 체제 구축도 추진한다.
회사 관계자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고가의 고정형 CCTV를 추가 설치하지 않고도 등하굣길 스쿨존 안전관리, 불법주차 단속, 심야 공원 순찰, 자동심장충격기(AED) 이송 등 복합 민원을 로봇 한 대로 해결해 예산을 크게 아낄 수 있다"며 "특정 하드웨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로봇과 결합해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피지컬 AI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