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개월간 끌어온 통신사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이 '서비스매출 기준 유·무선 구분 22%+총액 내에서 1000억원 자율집행'이라는 결론으로 일단 매듭지어졌다.
하룻밤 자고나면 새로운 예외조항이 붙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누더기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비난이 일었으나 일단 방통위는 원안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방안을 채택했다.
애초 기업의 마케팅비를 정부가 규제하겠다는 발상이 잘못된 일이었으니, 그 한계를 알고 있는 방통위로서도 사업자의 합의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을 거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기업 입장에서 방통위가 제시하는 어떤 절충안도 결코 수용할 수 없을 테니 이번 방통위의 일방적인 '행정지도' 선언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나마 원안에서 크게 후퇴하지 않았다는 정도가 방통위의 체면을 살렸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사업자들이 제대로 지킬 것인가이다. 이미 최고경영자(CEO)들이 뱉은 말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협상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통신사 말을 믿느니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는 것이 낫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인해 각 사가 집행할 수 있는 마케팅 총액도 드러났다. 1일 영업실적이 파악돼 다음날이면 역공을 취하는 시장이다. 상대 기업이 쓸 수 있는 '총알'이 얼마 남았는지까지 계산할 수 있다면 보조금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여기에 시장의 10% 정도도 안되는 스마트폰시장으로 보조금이 쏠릴 것은 너무나 자명해 이용자 차별행위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사업자들이 줄인 보조금을 방통위 기대대로 네트워크와 콘텐츠 투자로 전환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벌써부터 주주배당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번 마케팅 가이드라인 제정 1라운드는 실효성 논란은 물론 방통위가 부담을 잔뜩 안은 채 끝났다. 방통위는 편법없이 기준을 잘 지켰는지 엄격히 분석해 사후조치를 취해야 한다. 줄어든 비용이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 것도, 지켜지지 않을 경우 다시 요금인하라는 행정지도의 칼을 빼야 하는 것도 방통위의 몫이다.
'소모적 경쟁을 피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회복하자'는 대의에 동의한다며 규제기관의 수장과 각 사 대표가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시작된 소란이다. 왠지 방통위가 뒷설거지를 하느라 고단할 거 같은 생각이 드는 게 기자뿐인지 궁금해지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