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동전화보다 비싼 집전화

[기자수첩]이동전화보다 비싼 집전화

이학렬 기자
2010.05.24 08:10

"집에 오면 휴대폰 쓰지 말고 집전화 써라."

요즘에도 어디선가 어머니께서 딸이나 아들에게 하고 있을 말이다. 요는 휴대폰 요금이 비싸니 집전화를 쓰라는 것이다.

하지만 집전화가 싸다는 말은 옛말이다. SK텔레콤이 지난 3월 '초당요금제'를 시행하면서 이동전화 요금이 집전화보다 저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전화 가입자가 가장 많은 KT는 현재 3분당 39원의 요금을 받는다. 10초를 통화하든 2분을 통화하든 39원이 부과된다. 집전화로 이동전화에 걸 때는 10초에 14.5원을 받는다. 5초를 통화하든 9초를 통화하든 14.5원을 내야 한다. 반면 초당요금제를 적용한 이동전화 요금은 21초까지는 37.8원(1.8×21)으로 집전화보다 싸다.

이동전화로 걸 때도 집전화보다 싼 경우가 많다. 우선 8초까지는 14.4원으로 집전화 14.5원보다 싸다. 10초가 넘어가도 이동전화가 싼 경우가 있다. 예컨대 15초를 통화하면 이동전화는 27원(1.8×15)의 요금이 나오지만 집전화는 29원(14.5×2)이 부과돼 이동전화가 싸다.

심지어 31초나 32초를 통화해도 이동전화가 싸다. 31초와 32초 통화때 이동전화 요금은 각각 55.8원, 57.6원으로 집전화 58원보다 저렴하다.

KT와 통합LG텔레콤이 오는 12월1일부터 초당요금제를 시행하면 이동전화보다 비싼 집전화는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

집전화가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으려면 20년째 이어온 '3분' 단위 과금체계를 바꾸면 된다. 이동전화처럼 초당요금제를 도입하면 얼마동안 통화할까를 고민할 필요 없이 집전화를 쓰면 된다.

업계에서는 집전화도 기술적으로 초당요금제 도입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고객에게 받아온 '낙전수입'을 놓치기 싫어서다.

통신사들은 연간 4000억원 가량의 수익을 포기하면서 서민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초당요금제를 도입했다. 집전화에 초당요금제를 도입하면 집전화를 쓰는 서민들과 중소 상인들의 통신요금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통신사들이 과감하고 양심 있는 선택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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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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