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흙탕 된 e스포츠 종주국

[기자수첩]진흙탕 된 e스포츠 종주국

정현수 기자
2010.06.01 07:15

1999년 낯선 인물이 TV광고에 등장한다. '쌈장' 이기석. '스타크래프트 초대 챔피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등장한 이기석은 대중에게 e스포츠라는 낯선 분야를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삼성 SK 등 대기업이 스폰서를 자청했고 정부도 e스포츠 알리기에 동참했다. '젊음'과 '참신함'의 상징으로 e스포츠는 성장을 거듭했지만 기형적인 발전에 따른 부작용도 뒤따랐다.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근 국내 e스포츠업계가 블리자드발(發) 지적재산권 문제로 시끄럽다. '스타크래프트' 개발사인 블리자드는 그동안 e스포츠협회(이하 협회)가 자신들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해왔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2007년 협회가 e스포츠 중계권을 케이블 방송사에 판매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결국 블리자드는 지난 27일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그동안 협상창구였던 협회 사무국을 철저히 배제한 것이다. 블리자드는 국내 12개 게임단과 협상 통로는 열어놨지만 협회 사무국과는 더이상 협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주인'인 자신들이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블리자드와 협회 양쪽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블리자드에 대해서는 그동안 암묵적으로 동의해온 국내 e스포츠산업을 이제 와서 권리를 내세운다는 지적이다. 마치 월드컵 거리응원에 나서는 팬들에게 공공시청료를 내라고 요구하는 FIFA나 SBS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협회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1일 기자회견을 자처한 협회는 "블리자드가 게임단과 팬들을 무시했다"며 반발했지만 그동안 협회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많아서인지 협회 주장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게임단 관계자들은 협회 사무국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가뜩이나 국내 e스포츠는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 사건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대로 입은 상황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e스포츠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대기업들이 손을 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 말이 e스포츠 종주국인 대한민국 e스포츠계의 암울한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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