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C도 '와이브로자입 할부판매' 주요사업...정부의 규제 피하기 위한 '꼼수' 논란
지난해 7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2조원 규모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겠다던KT(60,100원 ▲800 +1.35%)의 계획이 결국 3200억원 규모의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장비임대법인 설립으로 귀결되면서 '용두사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KT는 인터넷TV(IPTV)와 와이브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SPC 설립계획을 담은 '통신사업 투자활성화 방안'을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했고 이를 기획재정부가 발표했다.
KT가 구상한 SPC의 골격은 산업은행 등이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조성하는 설비투자펀드로부터 재원을 지원받고 여기에 KT가 지금을 투자하는 것이었다. KT가 펀드에 요청한 투자액은 △IPTV 셋톱박스 임대부문에 6573억원 △교육 등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에 2831억원 △와이브로 네트워크 구축에 6326억원으로 총 1조5730억원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KT는 SPC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3200억원 규모의 와이브로투자사(WIC)를 빠르면 7월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WIC는 KT가 650억원을 출연하고 국민연금이 1500억원 내외로 출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인텔도 공동참여한다고 KT가 밝혔지만 KT는 이 두 회사의 투자규모에 대해선 함구했다. 국민연금은 '재무적투자자'로만 참여하고 KT가 WIC의 1대주주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인텔의 투자규모는 KT의 650억원에 훨씬 못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SPC 설립을 추진할 당시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참여를 기대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2조원 규모로 조성해 IPTV와 와이브로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려던 KT의 계획은 사업 추진 11개월 만에 '3200억원 규모의 WIC'로 쪼그라들었다.
WIC의 사업내용도 설비투자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와 인텔에서 와이브로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해서 KT에 할부판매하는 게 WIC의 사업방식이니 WIC는 사실상 '할부판매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통위 관계자도 "KT는 WIC를 통해 와이브로 장비를 할부로 구입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통위와 관련업계는 KT의 SPC 설립구상에 대해 "애초부터 불가능한 그림이었다"고 잘라말했다. 통신 설비투자나 지분참여는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SPC가 설립되더라도 방통위에서 기간통신사업자로 허가받지 않는 이상 어떤 망도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관합동으로 조성되는 펀드도, 기업에 직접 출자하는 것도 현행법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애시 당초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한 KT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WIC의 설립의도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KT는 내년 3월까지 와이브로사업에 3500억원을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미 방통위에 이 같은 투자계획을 제출했고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 등 엄청난 사업규제를 받는다.
3200억원 규모의 WIC 설립도 따지고 보면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IC에서 장비를 임대하려고 한 계획을 바꿔 '할부구매'하기로 한 것도 방통위가 장비임대를 '투자'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장비를 구매하는 즉시 자산화하는, 즉 할부구매하는 조건으로 WIC 설립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WIC를 통해 장비를 할부구매하면 일시 투자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므로 재정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다는 점도 KT가 WIC 설립을 추진한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나 인텔은 장비 판매금을 한꺼번에 받지 못하지만 WIC 투자분의 이자와 수익은 배분받을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이익이다. 게다가 KT가 투자원금도 보장하기 때문에 '손해볼 장사'가 아니다. WIC 투자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KT의 몫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관련업계는 "실행하지 못할 계획을 발표해놓고 이를 책임지지 않는 것은 시장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무엇보다 KT의 WIC 설립목적이 현 경영진의 부담을 덜기 위한 꼼수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