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 "95부작 中드라마 '삼국' 독점계약 따내"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방송, 어떨 거 같아요?"
"악기나 스포츠를 배우는 프로그램은요?"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이사(44·사진)는 업계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미술 방송은 지루해 시청률이 떨어질 것 같다"는 기자의 답변에 그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며 눈을 번뜩였다.
"그런데 거기에 경매라는 요소를 붙인다면요? 미술작품 수집을 하고 싶어도 정보나 시간이 부족해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다른 취미 활동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에 암벽등반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인터뷰 동안 김 대표는 기자보다 더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그의 샘솟는 아이디어는 사람들과의 이런 질문과정에서 나온다고 했다.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서 무작정 따라하거나, 아무도 못했던 것이라고 해서 포기하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방송 무한경쟁 시대에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현대미디어는현대백화점(75,500원 ▼900 -1.18%)그룹의 방송채널법인이다. 2009년 현대미디어를 설립하면서 총책을 맡은 김 대표는 중화권 HD(고화질)드라마 채널 '칭(CHING)', 여성오락채널 트렌디(TrendE)에 이어 최근 아웃도어·여행 전문채널 오앤티(ONT)를 선보였다.
최근 대기업 계열의 방송법인들이 채널수를 늘리며 덩치를 키우는 가운데 현대미디어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방향은 조금 다르다. 영화, 일반오락 등 여느 대기업 계열의 케이블 채널이 없다. 채널수는 뒤지지만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며 질로 승부를 보겠다는 김 대표의 생각이 녹아있다.
김 대표는 최근 '일'을 냈다. 중화권 TV시리즈 '삼국(三國)'을 국내 독점 구매 계약한 것. '삼국'은 총 제작비 1억6000만 위안(한화 약 250억원)이 투입된 대작 드라마(95부작)다. 독점구매 금액은 일반 수입 방송 콘텐츠의 20배 가량, 국내 들어온 중국 콘텐츠 중 최고수준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는 물론 DVD, 모바일, 위성방송 등의 판권을 모두 사들였다. 투자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기업문화를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김 대표는 "SD(일반화질)급의 질 낮은 중국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은 우리가 처음 중국드라마 채널을 만든다고 할 때 의아해했지만 HD로 승부를 보면서 선입견이 사라졌다"며 "킬러콘텐츠로 시청자들에게 채널을 제대로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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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아웃도어' 시대. 시청자들을 TV 앞에 붙들어두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위기'에서 '기회'를 봤다. 현대미디어가 지난해 말 개국한 아웃도어·여행채널 'ONT'가 그것이다. 마침 내년부터 초·중·고교 전면 주5일제 수업도 도입된다.
"백화점에 근무하던 시절, 전체 매장 중 아웃도어 의류 매출 신장률이 수년째 1위를 하는 거예요. 이거다 싶었죠. 기존 지상파의 여행 프로그램은 연예인이 등장해 탐방하거나 세계 오지 탐험 등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들이 많지만 가족과 국내여행에 초점을 맞추면 승산이 있습니다."
특화된 채널을 내세우는 만큼 김 대표의 고민도 크다. "특화가 잘 된 프로그램은 시청자한테는 좋지만, 광고주들은 그만큼 수가 적다는 얘기라서 좋아하지 않죠.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대중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 게 관건입니다."
방송이 다른 산업들과 융합되는 가운데 방송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사람들이 PC게임을 하거나 극장을 찾으면 TV 앞에 있는 시간이 줄겠죠. 놀이공원, 게임 모두 방송의 경쟁자이고, 미디어와 레저 산업의 경계가 모호한 이유입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이제 방송도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콘텐츠를 고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