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CJ헬로비전에 "지상파 끊거나 돈내라"···"방통위 1년간 뭐했나" 책임론 불가피
# 지난 4월14일.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HD 가입자인 주부 김모씨(58세)는 즐겨보던 지상파 드라마가 갑자기 나오지 않자 적잖이 당황했다. 스카이라이프와 MBC간 재송신료 문제로 갈등이 커지면서 MBC가 방송을 끊은 것이다. 일주일 뒤 사업자간 합의가 돼 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었지만 당시 불쾌함은 잊을 수가 없었고, 올 가을 이사를 하면서 스카이라이프 대신 지역 케이블방송에 가입했다. 하지만 김씨의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케이블방송 역시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료 분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을 어느 날 볼 수 없게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케이블업계(종합유선방송사·MSO)간 재송신 갈등으로 1500만여 케이블방송 가입자의 시청권이 위협받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의견 조율과 정책 마련에 실패면서 시장 혼란의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상파와 케이블업계의 갈등에 대해 방통위 책임론이 새삼 거론되는 이유는 최근 법원의 CJ헬로비전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의 간접강제 결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 28일 법원은 MSO인 CJ헬로비전에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하라는 간접강제 결정을 내렸다. 신규 가입자에 대해서는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하고, 이를 어기면 하루 5000만원씩 지상파 3사에 매일 1억5000만원을 주라는 결정이다.
케이블에 가입하지 않으면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는 시청가구가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상파 방송을 빼고 상품을 파는 것은 의미가 없다.
CJ헬로비전은 디지털 방송 신규 영업을 중단하거나 1일 1억5000만원을 지상파 방송에 내야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지상파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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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결정문에서 "분쟁이 단기간내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나 당사자 사이의 협의에 의해 종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간접강제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법부가 행정규제기관인 방통위 '무능함'을 명확히 지적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업계에서조차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먼저 상황을 정리했다면 사법부가 방통위의 판단을 고려하지 않았겠냐"며 방통위의 역할론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방통위가 출범한 2008년부터 불거진 방송사업자간 갈등은 2009년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금까지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면서 사실상 조정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지난해는 재송신 제도개선 전담반을 운영하고 올 1월까지 개선안을 내놓는다는 일정을 세웠다. 하지만 의견 수렴에 실패하면서 개선안 마련을 방통위 2기로 미뤘다. 올 상반기에는 스카이라이프에 MBC, SBS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재송신 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면서 지난 8월에는 재송신 협의회를 꾸렸다. 협의시한을 다음달 24일까지로 놓고 콘텐츠 대가 등을 논의 중이지만 여전히 의견차가 크다.
이번 결정은 CJ헬로비전에만 해당되지만 파급력은 전체 케이블산업에 미친다. 다른 MSO들도 지상파와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CJ헬로비전 등 케이블사업자들은 지상파에 간접강제 집행을 미뤄달라고 요구하기로 했지만 지상파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방통위가 지상파와 케이블업계를 모아놓고 논의를 진행 중인 '재송신 협의체'에도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을 끊을 경우 케이블도 지상파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극단적 결정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빠른 시일 내 협의체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파가 법원의 결정대로 밀고 나가고, CJ헬로비전이 다른 SO들과 함께 지상파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나설 경우 일대 혼란이 불가피함에도 방통위는 원론적 답변만 하는 처지다.
CJ헬로비전 개인 기업으로도 손해가 막심하다. 지상파 방송사가 CJ헬로비전을 타깃으로 한 이유는 SO 중에서 디지털 가입자 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 증가를 독려하는 방통위 정책에 가장 부합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은 숙원 사업이던 증시 상장을 내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지난 7월13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하고 올 해 안에 증시에 입성할 계획이었지만 제출서류 검토 단계에서 심사 과정이 중단됐다. 지상파와의 소송으로 기업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방송을 끊지 않으면서 신규 가입자를 받으려면 한달 45억원을 지상파에 줘야 하는데 사실상 기업 활동을 중단하라는 것"이라며 "방통위의 정책적 중재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