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 구글 회장이) 선물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겠다."
지난달 31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구글코리아 사옥을 방문한 자리에서 염동훈 구글코리아 사장에게 던진 농담이다.
지난 9월 구글은 아시아지역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건립지역으로 싱가포르·홍콩·대만을 낙점하고 이들 지역에 2억 달러(한화 2231억원 상당)를 투자했다. 당시 한국 정부도 구글의 IDC 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방한을 통해 구글이 이에 상응하는 국내 투자를 단행할 것을 내심 기대한 눈치다. 하지만 슈미트 회장의 선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구체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슈미트 회장은 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한국 소프트웨어(SW)와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코리아 고 글로벌'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재원규모와 진행과정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슈미트 회장은 "향후 정부 관련부처와 협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며 추상적인 설명을 하는데 그쳤다.
한국 개발자에 대한 지원은 공모전을 통한 포상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를 통해 한류 콘텐츠를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특별하지 않다. 이미 많은 K-POP 콘텐츠들은 유튜브를 통해 해외에 소개되고 있다.
오히려 슈미트 회장은 4년 만에 방한한 자리에서 구글이 한국 시장에 바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주요 통신사 및 휴대폰 제조사, 금융사 수장을 만났다. 슈미트 회장은 삼성에게 스마트TV 협력을, 통신 및 금융사에게는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 활성화를 요청하면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제조사에는 모토로라 인수에 따른 협력사들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안드로이드를 유료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아가 한국 정부와 통신사들에 망중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기업들이 슈미트 회장과 미팅을 더 원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1박2일 슈미트 회장의 광폭행보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강력한 우군들 향해 자기 할 말을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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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기업 CEO에게 요구하는 '선물'은 이해관계가 동반된 것이다. 우리 시장에서 취하는 이득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고,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구글에게 받아야할 것은 엄격히 말해 선물이 아닌 협력에 대한 대가다.
슈미트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IDC 건립대상에서 한국이 제외된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IDC 건립 지역은 효율성을 엄밀히 검증해서 결정했다"고 답했다.
비즈니스는 냉정하다. 지금 우리 기업 다수는 구글의 파트너이지만 스마트 생태계가 '구글 공화국'이 될 것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종속'을 우려한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애초 '선물'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로부터 '생색내기' 지원방안을 받았다고 서운해 할 일은 아니다. 늘 되풀이되는 우리 정부의 '선물 조르기'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