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채KT(60,200원 ▲700 +1.18%)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KT CEO추천위원회는 21일 회의를 열어 차기 CEO로 재추천키로 결정했다. 주주총회 의결이 남아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회장은 민영화 10년차가 되는 KT의 수장이 될 전망이다.
KT 안팎에서는 일찌감치 이 회장의 연임을 예측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정치인 출신 등이 그 자리를 넘본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KT 내부에선 "공기업을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또 정치인 출신의 CEO설이 도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KT가 이런 소문에 긴장했던 것은 괜한 걱정이라 할 수만은 없다. 사실 지난 3년간 정치권 출신들이 KT 조직으로 속속 들어온 게 현실이다. 정부 초대 장관으로 낙점됐으나 부동산 투기와 재산 축소 의혹으로 사퇴한 인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 등이 KT를 거쳐 갔고, 아직도 남아있다.
물론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부 출신의 기업 행은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던 일이거니와 공사에서 민영화가 된 기업을 대상으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 그나마 KT의 '외부 인사'는 정치권 출신 일색은 아니다. 벤처, 대기업, 심지어 경쟁사 출신도 다수 포진해있다.
하지만 민영화 10년을 맞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주요 보직을 정치권 출신이 당연지사로 차지하는 것은 10년이란 세월을 너무도 허망케 한다. '공기관'은 그나마 정부 지분이라도 있으니 백번 양보한다해도, 정부 지분이 단 1%도 없는 KT에 대한 정부의 '인사 개입'은 명백히 월권이자 악습이다. "이럴 바에야 뭣하러 민영화했나. KT의 시계 바늘이 민영화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탄식이 KT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이 CEO로 역임했던 지난 3년, KT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스마트폰 빅뱅의 중심에 KT가 있었고, KTF와 합병한 KT는 시장을 유무선합병, 방송통신융합 경쟁구도로 만들었다. 이동통신시장의 만년 지배적 사업자인SK텔레콤(80,300원 ▼600 -0.74%)을 위협하고, 유선방송의 터줏대감인 케이블TV사업자들을 긴장시켰다. KT의 변화 가운데 이 회장의 뚝심과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연임을 앞둔 이 회장은 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누군가는 변화와 혁신의 깃발을 들고 열심히 앞으로 뛰어가더라도 적지 않은 구성원들은 "10년, 20년 조직에 헌신해도 우리는 혁신의 주체가 아닌 혁신의 대상일 뿐"이라고 자조하고 있는 게 KT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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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화 10년이 그 앞선 20년의 공사 체질을 뿌리 채 바꾸기엔 역부족일지 모른다. 하물며 이 회장이 추진해온 '혁신 KT'는 단 3년이었으니 이제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KT 내부에서 이 회장의 연임을 원했던 이들이 "어렵게 시작한 혁신을 여기서 중단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다.
하지만 이 회장도 이제 한번쯤 돌아봐야한다. 비단 이 회장의 지난 3년간 공과만이 아닌 지난 10년 동안 KT가 어디로 향했는지, 구성원들은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이른바 '이석채式 혁신'에 대한 소통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외풍에 시달리는 조직에서 느끼는 구성원들의 상실감조차 이 회장이 보듬고 가야할 일이다. 내부 출신 인사들 가운데 역량 있는 인재들을 육성하고 발탁할 과제 역시 그 중 하나다. KT가 진정한 민간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인재의 영입이란 단기방책보다 숨어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KT 전국조직에 산재한 3만여 인력, 그리고 30여개의 계열사와 5개 스포츠 구단 소속 인력은 줄여야하는 비용이기 전에 KT만의 큰 자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