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반값스마트폰'이 나온다면?

[광화문]'반값스마트폰'이 나온다면?

신혜선 정보미디어부 부장
2012.05.02 08:08

이달 1일부터 휴대폰 자급제(블랙리스트 제도)가 시작됐다. 앞으로는 모든 통신사(LG유플러스 제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해 소비자가 대리점을 찾아 개통할 수 있다. 이용하다가 새 요금제를 출시한 다른 통신사가 맘에 들면 옮기면 그만이다. 종전에는 약정 때문에 힘들었고, 무엇보다 단말기가 통신사별로 구분돼 있어서 통신사를 바꾸려면 비싼 휴대폰을 다시 사는 것을 전제로 해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급제는 문제 있는 폰만 사전에 파악해 놓는다는 '블랙리스트제'라는 말을 우리말로 바꾼 것이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업무보고를 받으며 굳이 영어를 써야하느냐는 지적에 따라 수정됐다.

하지만 '스스로 공급한다'는 의미의 자급제란 말은 비단 국어사랑 때문에 채택된 것은 아니다. 블랙리스트가 졸지에 자급제가 된데는 통신사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휴대폰 유통 구조를 바꾸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즉, '휴대폰 구매=이동전화 서비스 가입'이라는 등식을 깨고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를 구분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아이에게 휴대폰을 처음 쥐어주는 부모가 있다. 3G(세대) 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 카드 이동이 되는 중고폰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면 된다. 종전에는 통신사를 따져야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 없으니 부모가 사용하는 통신사로 가입해 결합상품으로 묶을 수도 있다. 남은 것은 중고폰을 사용하도록 아이를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 이것이 해결되면 이 부모는 휴대폰 구입비용을 절감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사실 휴대폰 자급제는 유럽에서만 빛을 발휘한 제도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유통되는, 즉 자급제 형태로 유통되는 단말기 비중은 30%로 추정된다. 미국 5%, 일본 0.1% 수준에 비하면 꽤 높다. 휴대폰 자급제는 선불요금제 활성화로 이어졌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지금보다는 싼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세상은 이미 스마트폰이 주류를 차지했다. 중고폰에 기댈 수는 없다. 그런데 누가 만들고 누가 공급하느냐에는 답이 없다.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과 애플이 가격을 인하하거나 저가폰을 다시 만들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은 없을 게다. LG전자나 팬택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제도 시행이 1년도 넘게 고지됐음에도 제조사 어디서도 자급폰 유통 계획을 밝힌 기업은 없다.

일부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이마트가 '반값TV'에 이어 '반값스마트폰'을 수입, 출시한다해도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TV야 가정에 두고 보는 것이지만, 스마트폰은 일상에서 나의 '문화적 지위'를 나타내는 아이콘이 됐다. '최신형 스마트폰=앞서가는 디지털족=스마트한 대한민국인', 아니 쫓아가야만 하는 '트랜드'라는 등식이 성립한 상황에서 철지난 폰이나 브랜드가치가 떨어지는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소비가 정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문득 어느 통신사가 결합상품 요금제를 없앨 것을 궁리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팔면 팔수록 손해란다. 반대로 보면 해당 요금제를 선택한 이용자들은 보조금을 받고 최신폰으로 갈아타는 선택을 포기하는 대신 집안의 통신서비스를 묶어 장기이용을 택하면서 요금인하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늦었지만 막혀있던 제도가 허용되고, 이용자의 선택권이 보장된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휴대폰 자급제가 만능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휴대폰 자급제를 가계통신비 절감 방안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지 않겠냐"는 지적이 곱씹어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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