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상유지와 미래대비 : 기로에선 유료방송

[기고]현상유지와 미래대비 : 기로에선 유료방송

최정일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12.06.21 05:00

미래의 방송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는가. 이 질문에 정확하게 답을 내리긴 어렵다. 다만, 어느정도 공통의 방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공정하고 다양하며 공익적인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를 통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다. 나아가 우리나라 방송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우리 문화를 꽃피우며 글로벌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문제는 현재의 방송 시장이, 규제 정책이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방송 모습을 구현할 가능성을 담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료방송을 보자. 도입된 지 17년이 넘었고 가입자 수가 2300만 가구에 달하는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시청점유율과 매출규모는 지상파방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착화된 저가 수신료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본원적인 경쟁력을 제공할 콘텐츠 제작 투자는 지지부진하다. 유료방송은 '지상파 재방송채널'이라 해도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같은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문제점은 아날로그 시대의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시장참여자 모두가 잘못된 상황을 정상이라고 인식하고 이 현상이 계속 유지돼기를 원하는 "현상유지의 함정(status-quo trap)'. 예를 들어, 스마트TV의 도입에 의한 시장영향을 걱정하면서도 여전히 구시대의 규제체계가 적용된다. 케이블TV와 IPTV가 사실상 동일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불균형적인 규제가 존속되고 있다. 선진적인 시청점유율 규제와 사후적인 금지행위 규제가 도입되었는데도 여전히 방송시장의 매출액 규모를 제한하는 사전규제가 공존한다.

이는 결국 유료방송 시장에서 시장원리의 작동을 저하시켜 유료방송 사업자의 내생적 성장을 약화시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스로 독립해야 할 나이에 체력과 능력을 기르지 못하고 부모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17살 청년. 이것이 유료방송의 현주소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유료방송 사업자는 외부의 힘 특히, 정부에 의존적인 성장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정부 역시 장기적인 발전전략보다는 이해관계에 얽힌 현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더욱이 시장개방에 의해 해외 글로벌 미디어기업의 국내 방송시장진입이 임박했다. 안방에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가 얼마나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내 유료방송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스마트 환경에 적합한 정책목표 재설정이 필요하다. 변화된 환경에 맞게 유료방송시장에서 공익성과 산업성의 조화가 절실하다. 지금까지 유료방송 규제정책에서 산업성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앞으로는 두가지 가치를 양립할 수 있는 정책목표를 재설정해야한다.

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한 내생적 성장동력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유료방송의 소유, 광고, 채널운용, 편성, 심의 등 규제 전반에 걸쳐 인위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의 성과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장개방도 대비해야한다. 국내 방송환경은 이미 글로벌 미디어 그룹과 애플, 구글 등 거대 IT 기업들과의 경쟁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이들과 정면으로 대응하고 생존할 수 있는 유료방송 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한 방송정책은 '선 경쟁력 강화 후 개방' 전략에 입각해야한다. 물론 이런 정책수립 과정에서 영세하지만 창의력 있는 방송사업자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미래에 우리가 소망하는 방송시장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규제당국이나 시장참여자가 현재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너무도 중요한 시기다. 정부와 시장참여자는 함께 힘을 합쳐 '현상 유지의 함정'을 빠져 나와 유료방송의 미래를 위해 혁신과 도전에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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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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