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정책 분리에 주파수 수급난 '예고'…통합 회수·재배치 계획이 '관건'
글로벌 스마트 미디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비상이 걸렸다. 소관부처별로 주파수 관리 정책을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때문이다.
지난 17일 최종 타결된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방송용 주파수 관리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통신용 주파수 관리 업무를 각각 맡게 된다. 신규·회수 주파수 분배 재배치 관련 심의는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무총리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가칭)가 담당하게 된다.
이번 합의안을 포함한 정부조직법안은 여야가 합의한 터라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남은 문제는 정책부처가 여러 개로 흩어진 상황에서 유한 자원인 주파수 활용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이다. 무엇보다 스마트 융합 미디어 시대 주파수 공급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모바일 광개토 플랜' 사업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의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모바일광개토 플랜 2.0 '좌초하나'
지난해 정부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 주파수 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까지 600㎒ 폭 이상의 주파수를 단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스마트폰과 LTE(롱텀에볼루션) 등으로 인해 급증하는 모바일 데이터 수요로 인해 몇년 내 주파수 자원이 곧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ICT 역점 정책 과제로 주파수 확대폭을 1㎓ 대역폭 이상으로 확대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주파수 정책이 미래부(통신), 방통위(방송), 신규 주파수(국무조정실)로 각각 분리되면서 사실상 이같은 주파수 수급계획에 적잖은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신규 주파수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파수 대역을 재배치하거나 공유하면서 이뤄지기 때문.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할당될 주파수 1.8㎓와 2.6㎓ 대역 역시 그렇게 발굴됐다. 1.8㎓와 2.6㎓ 대역은 그동안 각각 군용, 위성DMB 방송용으로 사용해왔던 주파수로, 군과 주파수를 함께 공유하거나 용도가 폐기된 방송용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전환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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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야 합의안대로 용도별로 관리하게 되면 이같은 주파수 공유 및 재배치 정책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군용 통신망을 운용 중인 국방부와 재난 관리망을 운용하는 안전행정부마저 각각 군용 및 재난망 주파수를 제각각 관리하겠다고 나설 판국이라는 것.
여기에 디지털TV 유휴대역(화이트스페이스)을 활용해 이를 농어촌 및 산간지역의 와이파이망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슈퍼와이' 같은 주파수 공유 정책 또한 어렵게 됐다.
당장 정부의 세입원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방송사들에게는 주파수를 무료로 분배해왔던 반면, 통신용 주파수에 대해서는 수천억원 단위의 주파수 할당대가를 받아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정부에 내는 주파수 할당대가는 다시 방송통신 발전기금과 ICT 진흥기금으로 재투자되는데, 주파수 일부를 방송용으로 할당해 경매용에서 아예 제외시킬 경우, 세입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업계 선순환 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민의 자원인 주파수를 함부로 놀리는 일이 없도록 방송용 주파수 역시 경매제를 시행돼야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700MHz 대역 회수 재배치 '소모전' 안돼
디지털 방송 전환 이후 오는 10월 정부에 회수될 아날로그 방송 주파수 대역(700㎒)의 용도 결정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1월 10월 회수되는 700㎒ 주파수 대역폭( 총 108㎒ 폭) 가운데 40㎒폭만 우선 이동통신용 경매로 할당키로 확정하고, 잔여 폭에 대해서는 용도 결정을 미뤘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라 남게 된 700㎒ 주파수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는 추세와는 무관하게 난시청 해소 등 방송용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지상파 방송업계의 끈질긴 요구 탓이다. 이번에 방통위에 방송용 주파수 관리업무를 존치키로 한 결정적인 이유도 이같은 지상파방송업계의 논리와 무관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통신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700㎒를 이동통신용으로 용도전환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통신용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새로 회수, 재배치되는 주파수 정책을 국무조정실 조정과정을 거쳐 결정하도록 업무를 분장한 것도 이같은 업계의 이견을 반영한 결과다.
문제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업계 대리전을 거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개 소관 부처에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도 지난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부처가 나뉘었고, 더군다나 특정 부처가 특정 업계입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014년 전세계 주파수 표준 등이 논의할 ITU(국제전기통신엽합) 총회를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데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세계 주요국들에게 설명할 지 난감할 따름"이라며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놓고 부처간 밥그릇 싸움을 미연에 방지할 충분한 후속대책을 정치권이 먼저 내놔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