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기관 늑장 속 예비타당성 결과 또 지연, 내년 사업도 물거품…국민안전 '무방비'
박근혜 정부가 핵심 과제로 선정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사업이 관계기관의 방관 속에 또 해를 넘길 위기에 처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추진된 재난망 사업이 10년간 표류하면서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재난망 사업은 대형 재난·재해시 경찰, 소방, 지자체 등 각급 재난구조·구호기관들이 일관된 통신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기술방식과 경제성 논란, 관계 기관의 실행력 부족 때문에 10년째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 및 관계당국에 따르면 재난망 예비타당성 결과 발표가 9월 중순 이후로 미뤄졌다. 당초 6월까지 보고서를 내놓겠다던 계획이 8월, 9월 중순으로 두차례나 연기된 상황에서 또다시 '안갯속'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예비타당성 결과가 안나오면 내년 정부 예산에 관련 사업비를 반영할 수 없어 2015년이나 돼야 재난망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9월이 돼도 중간보고서 조차 나오지 않았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인 KDI 관계자는 "워낙 중요한 사안이고 검증하는 기술이 2개(테트라, 와이브로)이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며 "안전행정부로부터 추가 자료 등을 요청 중이고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확답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의 사업 추진 의지도 의문이다. 지난 2년간 재난망사업추진단장은 4명이나 바뀌었다. 담당 팀도 태스크포스팀으로 실질적인 힘을 갖기 어렵다.
안행부 관계자는 "이미 KDI측에 관련 자료를 다 줬고 예비타당성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KDI가 결과를 발표하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최대한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관망하긴 마찬가지다. 안행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것이 지난해 6월인데, 6개월을 묵혔다가 12월에 결정을 내렸고 올 3월에야 KDI에 실제 발주를 했다.
담당 부처 및 관계자들이 팔짱만 끼고 있는 사이 경찰, 소방 등 일선 현장에서 각종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경찰의 경우 수도권과 광역시에만 재난망을 구축했는데 기타 지역에서는 경찰간 직접 교신이 안돼 치안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재난망 사업을 감안해 각 기관과 지자체에 노후장비 교체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해왔고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찰이 노후된 장비를 쓰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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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참다 못해 일부 기관은 자체 예산으로 노후 무전기를 바꾸고 있는데 향후 재난망사업이 시행되면 중복 투자로 혈세 낭비를 하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 피해도 크다. 국가가 재난망 계획을 발표하면서 10년째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중소기업이 60여곳에 달한다. 재난망 사업비 8000억~1조원 가운데 80%가 중소기업의 공사, 장비 비즈니스 사업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차라리 정부가 사업을 접는다고 하면 다른 살 길이라도 알아보는데 투자비만 계속 들고 있고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