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어른들의 무관심, '해소'도 못하고 산업만 죽인다

[이슈칼럼]어른들의 무관심, '해소'도 못하고 산업만 죽인다

이동규 동아대학교 석당인재학부장 교수
2013.10.31 05:30
이동규 동아대학교 석당인재학부장 교수
이동규 동아대학교 석당인재학부장 교수

학교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의 나이는 19살이었다. 애플을 창업한 당시 나이 21살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당시 나이 20살의 빌게이츠, 구글을 창업할 당시 나이 25살의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레리 페이지(Larry Page) 등 새로운 산업을 선도하는 미래의 인재는 한국에 없다.

불과 2년 전, 극히 일부의 학부모단체들과 여성가족부는 표심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속칭 신데렐라법이라 불리는 '셧다운제'를 통과시켰다. 그 당시 찬성 측 주장의 핵심 논리는 학생들의 수면권 보호였다. 셧다운제가 통과되면 게임으로 인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 CNN에서 신기한 듯이 보도하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남는다.

최근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중독' 발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을 중독으로 법제화하는 나라는 없을뿐더러, 규제의 발상이나 법 자체의 내용을 보건데 참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분명 해외토픽감이다.

청소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이젠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게임을 질병코드에 넣겠다고 하며, 일부 정신의학계와 학부모 단체의 의견을 받아 게임을 중독물로 간주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나는 이 어른들 각자가 청소년 보호를 빌미로 얻고자 하는 이득이 뭔지를 알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 사회와 정부가 진정 청소년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어느 블로거가 '무엇이 아이들을 죽이고 있나(부제: 통계로 보는 청소년)'라는 제목으로 각종 자료를 분석하며 쓴 글을 인용하고자 한다. 블로거는 우리나라 청소년(15세~19세)의 제1사망 원인이 '자살' 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2011년 기준 총 사망자 1003명 중 자살은 31.6%에 해당하는 317명이다.

이들은 공부와 장래 직업 문제로 가정(45%)과 학교(70%)에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청소년들은 여가활동으로 여행과 문화예술 관람을 1순위로 희망하고 있으나, 가정과 학교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그러한 제약 조건에서는 오로지 TV시청과 게임이 대체물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청소년들은 입시위주의 교육과 그에 대한 압박을 마땅히 해결할 해방구가 없기 때문에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와 정책 방향은 과도한 교육열을 해소시키거나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여가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나 국회가 기껏 생각한다는 발상이 게임이라는 최후의 출구까지 막아 청소년의 압박을 해소할 공간조차 없애 버리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모든 것이 게임 탓이라며 학부모와 선생님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내 자식이 말을 안 듣는 것도 게임 탓이고, 내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게임 탓이다.

최근 들어서는 당신의 자녀나 학생이 환자이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치료비를 내란다. 국내 게임업체에 이를 부담하라고도 한다. 그것이 중독법이다. 대부분의 대책이 '해소'가 아닌 '차단'에 집중돼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진단이 잘못됐으니 정부 정책도 하책 중의 하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셧댜운제'를 만들고 '중독법'을 제정해도 결국 게임밖에 통로가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든 게임을 할 것이다. 셧다운제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온라인게임이 아닌 해외 패키지게임, 콘솔용 게임도 있다.

'차단'은 결국 우회될 것이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고 '해소' 방안을 찾기 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해결은커녕 해외 게임 업체 등 남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이나 자신만의 분야에 저돌적으로 개척하는 사람을 무언가에 미쳐있다거나 무언가에 중독돼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새로운 산업을 선도한 해외의 인재들도 분명 컴퓨터, 인터넷 등 무언가에 미쳐있었다.

우리 어른들은 지금껏 자신들의 시각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는 청소년들에게 개념조차 불확실한 '행위중독'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반문해봐야 한다. 우리 어른들의 무책임 속에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애써 남 탓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도 함께 반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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