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종편PP '깜깜이 심사'에서 벗어나려면…

[기자수첩]종편PP '깜깜이 심사'에서 벗어나려면…

이학렬 기자
2014.03.21 05:00

19일 2기 방송통신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 종합편성채널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PP) 재승인에 대해 심의가 진행됐다. 방통위는 1시간30분 남짓 심의 후 몇가지 조건과 강제력 없는 권고사항을 부과한 후 재승인을 의결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재승인 심사위원회 결과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제대로 된 심의를 할 수 없다며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심의 과정에서 야당추천 위원인 양문석 상임위원은 종편PP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일부 내용을 언급하며 "심사위원회의 세부 심사항목별 점수가 어떻게 나왔냐"고 물었다.

하지만 방통위 사무국은 답하지 않았다. 양 상임위원이 "채점표를 보여주지 않으면 의심은 커진다"며 "상임위원이 법에 정해진 일을 제대로 하겠다는데 못하게 하면 행정을 방해했다며 사무국을 고소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도 "감춰서 심의할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 노출이 없다면 상임위원들에게 못 보여줄 이유가 없다"며 "이 자리에서 보여주자"며 세부 심사항목별 점수 열람을 제안했다.

이번에는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반대했다. 심사위원들의 개별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뜩이나 종편PP 재승인 심사를 꺼려왔던 분위기를 감안하면 점수표 공개가 심사위원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긴 하다. 심사할 때 개별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관행에 어긋난다는 이유도 제기됐다.

하지만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거수기'는 아니다. 방통위가 심사결과에 대해 제대로 된 심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와 심사위원회가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알아야 한다. 수학문제에 점수를 제대로 매겼는지 판단하려면 답과 점수를 알아야 하는 것과 같다.

관행이 '비정상'이라면 지킬 게 아니라 정상화해야 한다. 특히 종편PP처럼 적잖은 사회적 논란이 제기됐던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승인 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종편PP 재승인 심사가 제대로 됐다면 심사위원들이 부담을 느낄 이유는 없다. 오히려 '깜깜이 심사' 논란이 심사위원들에게 더 부담될 수 있다.

종편PP 재승인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고 의혹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심사 관련 정보를 공개해 '깜깜이 심사'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정부가 종편PP들이 낸 사업계획서를 공개하기 어렵다면 공적인 책임을 지닌 종편PP들이 스스로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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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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