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알리바바' 꿈꾸는 中청년들…車庫카페 가보니

'제2의 알리바바' 꿈꾸는 中청년들…車庫카페 가보니

베이징(중국)=성연광
2014.12.23 05:42

[르포]커피값으로 '한달 사무실 사용'…알리바바·바이두·샤오미 신화 뒤 中청년창업 열풍

중국 젊은  창업 본산지 처쿠카페의 전경. 수많은 젊은 창업가들이자신들의 업무를 보거나 투자자 및 동료 창업가들의 교류할 수 있는 장소다. /사진=성연광 기자.
중국 젊은 창업 본산지 처쿠카페의 전경. 수많은 젊은 창업가들이자신들의 업무를 보거나 투자자 및 동료 창업가들의 교류할 수 있는 장소다. /사진=성연광 기자.

중국 베이징 중관촌(中關村)에 위치한 이노웨이(Innoway) 거리. 이곳은 제2의 '마윈(알리바바 회장)' '리엔훙(바이두 회장)'을 꿈꾸는 젊은 창업자들이 몰려드는 '창업카페'들이 몰려 있다. 창업카페는 중국 1인 창업자들이 업무를 보고 동료와 주요 투자자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중국만의 이색카페다. 2011년 4월 이 거리에 생긴 '처쿠(車庫)'가 그 원조다. 스티브잡스가 자신의 집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한데서 유래했다.

베이징 중관촌 창업 카페 '3W' 내부 인테리어. 중국의 성공한 창업자들이 소개돼 있다. /사진=성연광 기자.
베이징 중관촌 창업 카페 '3W' 내부 인테리어. 중국의 성공한 창업자들이 소개돼 있다. /사진=성연광 기자.

◇"알리바바 신화" 이제는 우리 몫=지난 19일(현지시각) 기자가 처쿠 카페를 찾았을 당시 중국 1인 창업자들의 프리젠테이션이 한창이다. 800㎡ 규모의 제법 넒은 이 카페에는 청년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100여개에 달하는 테이블 좌석은 젊은 창업자들로 빈 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들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켠 채 업무를 보거나 소규모 무대에 올라 선 창업자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이 카페에서 금요일마다 열리는 '아이디어 경진대회'다. 투자자들이나 다른 동료 창업자들에게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자리다.

처쿠 카페에서 진행된 아이디어 경진대회. 젊은 창업가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고 있다. 다른 창업가들이 의견을 함께 제시하며 공동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않다고 한다. /사진=성연광 기자.
처쿠 카페에서 진행된 아이디어 경진대회. 젊은 창업가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고 있다. 다른 창업가들이 의견을 함께 제시하며 공동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않다고 한다. /사진=성연광 기자.

"저의 꿈을 실현시켜 줄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따이밍(戴明·28세)군의 말이다. 그가 이곳을 드나든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사업 아이템과 자금(투자)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곳을 자주 찾게 됩니다." 따이밍군의 창업 아이템은 아이패드를 이용한 유아용 영어교육 소프트웨어(SW)다. 그는 직접 기자에게 해당 제품을 시연해보이기도 했다. 그는 2007년 대학졸업 후 직장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괜찮은 사업 아이템만 있다면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곳 젊은이들이라면 직장 대신 창업을 선호 한다"며 "정부에서도 (창업에 대한) 격려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관촌 출신 창업자들이 세계적인 갑부로 성공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젊은 창업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쿠 카페에 몰려든 이들도 대부분 제2의 '마윈', '리엔홍'을 꿈꾸는 젊은 창업가들이다.

한 달 100위안(한화 약 1만7천원), 커피 한잔 값이면 카페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1기가급 인터넷 서비스와 전기, 테이블 공간 등이 제공된다. 하지만 창업을 꿈꾸는 다른 동료들이나 투자자들과 정보를 쉽게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찾는 진짜 이유다. 카페 한켠에는 이곳 창업자들의 사업 아이템이 시연제품도 전시돼 있다. 카페 게시판에는 특정 인재 채용을 위한 공고나 미팅 일정이 빼곡히 공지돼 있다.

처쿠 카페 게시판. 이곳은 구인, 구직 혹은 투자자를 구하는 내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성연광 기자.
처쿠 카페 게시판. 이곳은 구인, 구직 혹은 투자자를 구하는 내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성연광 기자.

특히 주말에는 이곳에 수백명이 몰린다고 한다. 투자기관이나 엔젤 투자자들을 위한 설명회가 매주 진행되기 때문. 3년 간 이곳에서 투자자들을 만나 정식 창업한 팀이 무려 130개사. 이 가운데 70여개 회사가 처쿠 카페를 통해 투자금 조달이 이루어졌다. 처쿠 카페는 조만간 창업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숙박과 업무가 모두 가능한 또다른 형태의 창업센터도 개설할 예정이다.

기자의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창업 카페 운영에 대한 정부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관촌 주변 대학 졸업 후 몰려든 젊은 창업가들과 벤처나 스타트업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자생적인 중계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힌 셈이다.

또다른 창업카페인 '3W' 내부. 스티브 잡스와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의 사진과 어록들로 장식돼 있다. /사진=성연광 기자.
또다른 창업카페인 '3W' 내부. 스티브 잡스와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의 사진과 어록들로 장식돼 있다. /사진=성연광 기자.

'창조경제 정책'과 '지역별 혁신센터' 등 대부분 정부 주도로 벤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크게 대조적이다. 이 날 오전에 만났던 레이쥔 샤오미 회장(55세)은 "성장과정에서 정부지원은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중관촌이라는 환경 자체가 샤오미를 창업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지창업 노리는 韓청년들=이날 처쿠 카페의 대회의실에서는 우리나라 젊은 창업가들의 중국 피칭(투자설명회) 행사가 열렸다. 아이데카, 말랑스튜디오, 바플, 레드테이블, 아이데카, 아벨리노, 레드테이블 등 스타트업 기업들이 중국 투자자들을 상대로 차례로 사업 아이템을 설명했다.

이날 중국 투자자측으로는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설립한 '샤오미 MI에코시스템', 'IDG 캐피탈 파트너스', '아톰 벤처'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중국 투자자들에게 "한국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가능성을 충분히 봐주고, 앞으로 한국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더욱 확대해 줄 것"을 제안했다. 레드테이블 도해용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며 "피칭 후에 구체적인 협상을 제안 받은 곳도 여럿 된다"고 귀띔했다.

처쿠 카페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한국 스타트업 피칭 행사. 이날 수많은 투자자들이 모여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인삿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성연광 기자.
처쿠 카페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한국 스타트업 피칭 행사. 이날 수많은 투자자들이 모여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인삿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성연광 기자.

중국 창업 열풍 속에 아예 아예 현지 창업에 나선 한국 청년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창업카페인 '3W'에서 만난 정혜미 플러스원 대표(33세)도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칭화대를 졸업한 뒤 올 초 방송 콘텐츠 제작사를 차렸다. 정 대표는 "중국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며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꿈은 중국에 특화된 연예기획사까지 포함한 종합 컨텐츠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인생 목표다.

덱스트리 신동현 대표(36세)는 NHN차이나에 파견 나왔다가 4년 전 아예 현지에서 모바일 앱 개발사를 창업했다. 신 대표는 "한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시장 자체가 크고, 한국의 섬세한 디자인과 기술력이면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 창업을 꿈꾸는 미래 후배 스타트업들에게 "단순히 큰 시장만 보고 창업을 한다면 낭패 보기 십상"이라며 "철저한 현지 시장 분석과 함께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중국 중관촌 창업기업들에 대한 지원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