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포럼] "핀테크 활성화 못한 이유 기술 아니라 제도 문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중국 항저우시를 전자상거래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온라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시작할 때 항저우 시정부가 무조건 지원에 나섰기 때문에 항저우시를 떠나지 않겠다는 겁니다. 주변에서는 관련 법령도 없고 리스크(위험)가 크다고 조언했지만, 항저우시의 지원으로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고 봅니다." (염청송 위해횃불하이테크산업단지 대표)
5일 한국핀테크포럼이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개최한 '핀테크 규제 총정리' 세미나에는 규제에 부딪혀서 어려움을 겪는 국내 핀테크 현장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정부가 국내 핀테크 산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섰지만 광범위한 법제도와 얽혀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규제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이날 발표를 통해 "핀테크 관련 투자 규모는 미국과 영국이 많지만, 실제 기업 규모를 보면 중국이 압도적"이라며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중국 알리페이와 같은 성공을 기대하려면, 정부가 하루 빨리 핀테크업에 맞는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규제 완화는 시급하지만, 갈 길은 멀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최근 서비스 홈페이지가 차단되는 상황까지 겪었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P2P(개인대개인)투자대출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8퍼센트'는 현행법상 대부업 등록을 해야하는데, 미등록 대부업이라는 이유로 웹사이트가 차단된 것.
이효진 대표는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 핀테크 지원센터에 상담도 신청했고, 대부업 등록도 진행 중이었던 터라 당황스러웠다"며 "금감원 담당자는 처음에는 대부업 등록이 확인되면 차단을 풀어주겠다고 했지만 얼마 후 자본시장법 등 위반으로 차단을 풀 수 없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금감원 측이 핀테크지원상담센터에서 회의를 하자는 제안을 하긴 했지만, 정부가 핀테크 활성화 이야기를 하는데 현장에서 이런 어려움을 겪게 되니 스타트업 대표로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현장 곳곳에 규제는 결제부문 핀테크에서도 나타난다. 알리페이와 거래 중인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우리 제휴 사업과 관련 정부가 1년 넘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두고 답을 못 내리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현재 페이게이트는 중국인들이 한국 쇼핑몰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가맹점과 다리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 정산 시 미국 달러화와 원화를 같이 사용하는데, PG(결제대행업)사가 외국환 거래를 할 수 없는 법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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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강화하겠다고 한 비조치 의견서 제도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전자금융업자와 금융사만 신청 자격이 있어서 새롭게 핀테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활용할 수 없기 때문. 비조치 의견서는 금융사 등이 특정 행위를 시행하기 이전에 그 행위가 금융감독법규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사전 심사 청구하는 제도다.
이 같은 국내 핀테크 걸림돌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금융시장이 해외 기업들에 의해 잠식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변호사는 "국내 소매 금융 시장에 진입했다가 후퇴한 HSBC 등 외국계 은행들이 다음에는 핀테크를 동반한 혁신적인 모습으로 진입하려고 할 것"이라며 "그 때는 국내 금융사들이 막아내기 힘들어진다"고 분석했다.
이민화 교수는 "국제 금융 환경 기준이 되는 바젤협약을 보면 '전자금융거래는 기술 진보 상에서 지속적으로 대처해야하기 때문에 획일적 해법을 내면 안된다'는 것이 첫 번째 조항"이라며 국내 금융 패러다임도 이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