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잡은 3마리 토끼 효자 노릇할까

엔씨소프트가 잡은 3마리 토끼 효자 노릇할까

홍재의 기자
2015.02.18 05:13

넥슨의 자사주 소각, 외부업체와의 협력 강화 요청 '명분' 획득…모바일사업 강화 기대

'모바일게임 강화를 위한 협력라인 구축과 경영권 분쟁 대비 우군 확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 협력에 대한 한 줄 평이다.

일단 엔씨는 넷마블게임즈와 지분교환을 통해 3가지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했다. 바로 △자사주 소각 △외부업체와의 협력 강화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제외하고 두 가지는 넥슨이 주주제안서를 통해 답변을 요청했던 내용이다. '한 방'에 최대 주주 넥슨의 요구 사항을 해결할 묘수를 택한 셈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식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식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엔씨, '실리·명분' 모두 확보?

엔씨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사안"이라며 "그동안 밝힐 수 없었던 것은 상장사로서 공시 위반"이라고 밝혔다. 항간에서 해석하는 '경영권 분쟁에 대비한 한 수'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계약을 통해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게임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온라인 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등 각 사의 강점과 역량을 최대한 살려 시너지를 꾀하기로 했다.

아울러 △상호 퍼블리싱(유통) 사업 협력 △크로스 마케팅 △합작회사 설립 및 공동투자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공동 진출 등 다양한 협력 모델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을 공동으로 연구, 개발하기 위한 합작회사(Joint Venture)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왔던 엔씨의 모바일게임 사업을 강화하는데 있어 든든한 파트너를 확보한 셈이다.

그럼에도 외부의 평가는 엔씨가 얻게 된 비즈니스 기회보다 넥슨에 대항한 '혈맹 관계'에 더 주목한다.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엔씨로서는 우호 지분 확보가 절실한 상태. 자사주를 이용해 상호지분투자를 함으로써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넥슨 역시 이번 계약을 자사가 요구한 '주주제안서 세부 내용 이행'이라고 보지 않는다. 넥슨은 양사의 협력 소식에 대해 "자사주 매각 결정이 진정으로 주주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장기적인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독점 IP확보한 넷마블, '손해 볼 것 없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 넷마블은 이번 계약을 통해 엔씨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었다. 우선 엔씨가 보유한 PC온라인게임 IP(지적재산권)를 이용해 모바일게임으로 개발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엔씨의 온라인게임은 중국, 북미, 일본 등에서 인지도가 높아 넷마블의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방 의장은 "이미 게임은 세계 시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누가 잘하느냐에 자존심을 걸기보다는 함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걸 해내지 못하면 한국 게임업계는 1~2년 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렴한 가격에 엔씨 주식을 확보한 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넷마블은 이번 계약을 엔씨 주식을 주당 20만 500원에 인수하며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가 됐다. 주당 가격은 엔씨소프트 주식의 지난 2개월 동안의 평균 주가다. 이 가격은 넥슨이 엔씨 최대주주로 올라섰을 당시보다도 5만 원 가량 낮다.

동시에 넷마블 기업 가치는 지난해 텐센트 투자 당시보다 2배 정도 뛰어올랐다. 엔씨가 1주당 지불한 금액은 1301만6530원으로 지난해 3월 텐센트(707만9387원)보다 83.87% 더 많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거래에서 엔씨가 넷마블의 시장가치를 현재보다 2배 높게 책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오른쪽),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오른쪽),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텐센트 약인가 독인가?

양사의 전격적인 협력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업계에서는 넷마블과 넥슨의 껄끄러운 관계도 한몫 했다고 분석한다. 넷마블은 주력 온라인게임이었던 '서든어택'을 2011년 넥슨에 내준 뒤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넷마블 창업자 방준혁 의장이 2011년 CJ E&M 상임고문으로 돌아왔던 것도 이 같은 경영 위기감 해소 차원이었다.

또한, 이번 계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CJ E&M과 넷마블에 5300억 원 투자를 결정한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다. 동시에 텐센트는 엔씨가 개발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블레이드&소울’을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파트너사다.

텐센트가 지분 희석까지 감수하면서 이번 엔씨 투자를 허락한 이유는 엔씨에 대한 지배력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넥슨과 지분 경쟁이 벌어질 경우 '백기사' 역할이 우선이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넷마블 투자에 이어 엔씨에도 협력 이상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우군을 자처했을 수 있다.

이날 방 의장은 "CJ그룹, 텐센트 등이 주주로 있는 넷마블이 단순히 엔씨소프트 경영권 이슈에 활용되기 위해서 지분 투자 하고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넷마블 입장에서 말이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어 "넷마블도 주주로서 넷마블의 이익과 부합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엔씨의 현 경영진이 올바른 선택을 하느냐, 미래지향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잘하느냐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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