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융합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기고]융합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원장 임주환
2015.05.18 05:56

수명연장에 따른 치매 및 지구 온난화 등 복잡한 문제 '융합'적 접근 필요

임주환 원장
임주환 원장

"우리는 거대한 융합의 바다에 떠 있으며, 한국의 미래는 융합기술에 달려 있다." '제3의 물결' 저자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2001년 우리에게 던진 충고다.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서 융합은 기술·산업·인문·예술간 융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융합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작년 우리나라에서 흥행한 영화 '비긴 어게인'을 예로 들겠다. '비긴 어게인'은 스타 명성을 잃은 음반 프로듀서와 스타 남친을 잃은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만나 함께 노래로 다시 시작하는 줄거리이다.

영화는 여자주인공 그레타가 초라한 무대에서 위축된 모습으로 통기타만으로 자작곡을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영화가 30분 지나면서 엄청난 반전이 일어난다. 유능한 프로듀서 댄이 그레타의 노래를 들으면서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연주자 없는 심벌즈와 드럼이 박자를 넣고, 피아노가 리듬을 실어주고, 바이올린과 첼로가 음을 풍부하게 한다. 그러자 밋밋하기만 했던 노래가 소름 돋을 만큼 힘을 얻게 된다. 그레타의 위축되고 우울했던 얼굴은 노래에 몰입한 자신감 넘치는 뮤지션으로 변한다. 단조로운 통기타에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풍부한 음으로 변하게 되는 데 이것이 바로 '융합의 효과' 아닐까.

현 정부는 ICT(정보통신기술)과 과학기술을 활용한 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 왜 융합이 강조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그 사이 추격형 연구를 통해 신속하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은 성공적인 연구개발을 가능하게 해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연구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같은 출발선에서 추격형 연구처럼 성공 확률이 100%에 가까운 연구대상과 목표를 설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조합해보고 시험하면서 창의적으로 접근하지 않고서는 선도적인 연구를 할 수 없다. 정부의 예산 대비 R&D(연구·개발) 투자 비율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정부 R&D 예산은 18조9000억 원으로, 2006년 8조9000억 원에서 10조원 늘었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은 초라하다. R&D 투자에 대비한 기술 수출 비중은 26위, 기술 사업화 비율은 고작 43위이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연구자만을 위한 연구가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R&D 투자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현재 R&D 혁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답은 융합에 있다고 본다.

융합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도전해야 할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치매 진단 및 치료와 건강 수명 연장 등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다. 이 문제를 포함해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 데 하나같이 복잡다단한 문제로 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국가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구기관의 벽을 허물고 지혜를 모아 융합연구에 나서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국민들은 과학기술계라는 무대를 바라보며 '비긴어게인' 관객이 경험한 소름 돋는 반전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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