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병원은 소통하는 치료 파트너”

“미래병원은 소통하는 치료 파트너”

테크M 편집부
2015.06.27 06:52

[인터뷰]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편집자주] ‘병원을 고치는 의사’, ‘드라마 종합병원 주인공의 실제 모델’, ‘병원혁신의 전도사’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눈 코 뜰 사이도 없이 바쁘다는 레지던트 시절,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의학 전문지를 창간했고 문 닫기 직전의 병원을 인수, 누구나 부러워하는 병원으로 키워내 주목을 받았다. 의사에서 언론인으로 다시 병원 경영자로. 남다른 그의 인생 이력은 누구나 갈 것으로 예상되는 길을 마다하고 항상 새로운 길을 택한 결과다. 한발 앞선 시도와 새로운 아이디어로 병원의료 분야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이왕준 이사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병원의 미래와 미래의 의료에 대해 들어봤다.

“미래에는 전통적인 개념의 병원은 해체될 겁니다. ‘여기, 저기, 어디에나(Here, there and everywhere)’ 병원이 있는 세상이 되는 거죠. 일정한 공간에 갇혀 있지 않고 환자들의 공간으로 흩어지는 겁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같은 모바일 기기의 발전이 이미 이 같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지요. IBM의 인공지능 서비스 왓슨이 이미 의사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고 테라노스 같은 유전자진단 서비스 기업이 등장한 것도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유타주의 인터마운트병원은 아예 ‘우리는 왓슨과 함께 치료합니다’라고 광고하고 있어요.”

병원의 해체를 점치는 이 이사장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의사와 병원은 싫든 좋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헬스케어 모델은 ‘원격진료 허용’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는 웨어러블 기기는 아직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대한 기술은 범용성 갖춰야 완성

“위대한 기술은 단지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게 아닙니다. 대중들에게 널리 쓰일 만큼 가격을 낮추고 실용성을 높여야 완성되지요. 조만간 일반인들이 받아들일 정도의 가격과 성능을 가진 헬스케어 디바이스가 출시될 겁니다. 헬스케어와 관련된 법이나 제도 역시 저항과 진통이 따르기는 하겠지만 결국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겠지요.”

병원의 기능이 각 가정으로 들어가고 진단의 역할까지 컴퓨터에게 의존하게 된다면 병원의 존재의미는 뭘까. 큰 수술이나 정밀검사 말고는 특별한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걸까. 여러 의사와 간호사가 청진기를 걸고 왔다 갔다 하는 병원은 우리 시대의 유물로 남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에 대한 환자의 경험(Patient Experience)입니다. 단순히 질병만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합적인 치유의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공급자 중심의 치료에서 탈피, 병원에 있더라도 집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주도록 재설계해야 합니다.”

이왕준 이사장이 환자경험에 기반을 둔 병원설계에 나선 것은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이나 메이요 클리닉 등의 혁신사례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병원 모두 환자중심의 병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2008년 진료과목 중심의 조직을 27개의 임상, 연구, 교육, 지원 인스티튜트 등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전문의 간 협력을 확대하고 의사를 찾아다니는 대신 한 곳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도록 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의료기관으로 꼽히는 메이요 클리닉 역시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서부터 치료가 시작된다는 철학 아래 환자 친화적인 서비스와 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명지병원도 이들 병원의 변화를 벤치마킹해 혁신을 단행했다. 국내 병원에서는 처음으로 케어디자인센터와 예술치유센터를 설치하고 환자와의 다양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6월 17일부터 3일간은 환자경험과 서비스 디자인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2015HiPex)도 열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분석과 진단을 컴퓨터에 의존하더라도 결국 종합판단은 의사가 담당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그 역시 다양한 전공의들의 의견을 취합해 결정을 내리는 집단지성 형태가 되겠지요. 이미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과 관련해 정보를 찾아보고 병원에 옵니다. 지식독점이 무너짐에 따라 의사와 환자간 관계를 주도하는 힘이 바뀌고 있습니다. 환자의 참여가 늘어나는 대신 의사의 재량권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의사는 다양한 치료옵션을 놓고 어떤 결정을 하는 게 좋을지 조언하는 역할을 맡겠지요. 의사의 덕목도 진단과 치료 능력에서 공감과 힐링 능력으로 바뀔 거구요.”

의료혁신의 동력은 문제에서

병원과 의사의 역할이 달라진다면 공간적 접근성이나 규모를 기반으로 구분하고 있는 지금의 1차, 2차, 3차의 의료기관 구분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당장 개인병원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규모 보다는 병원이나 의사들의 대응방향이 더 많은 미래에 더 많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분명한 건 지금처럼 물리치료나 처방전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거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 이사장은 병원을 새로운 개념에 맞게 재설계하는 한편 최신 ICT 기기나 시스템 도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고양소방서의 구급차와 병원응급실을 구글글래스로 연결해 응급환자의 상태파악과 응급처치,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스마트 ER’ 시연회를 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의료진끼리 음성과 화상통신을 통해 CT 등 진료기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원격협진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혁신적인 시도가 우리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현행 의료제도의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왕준 이사장의 진단이다.

“지금 헬스케어 기술개발이나 새로운 시스템 도입 등 의료분야의 혁신이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입니다. 지금 미국의 의료제도가 가장 문제가 많기 때문이죠. 병을 고치는 데 많은 돈이 드는데 비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미국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CT를 활용하기로 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거지요. 반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낮은 의료비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의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번 의료기관간 협진만 해도 그렇습니다. 협진에 따른 인센티브는 고작 1만원인데 그걸 위해 내야 하는 서류가 적지 않아요. 당연히 아무리 좋은 효과가 있더라도 의사들에게 외면받게 됩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의사나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더 확대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왕준 이사장은 조만간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준의 이름을 딴 병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더욱 내 집 같은 전혀 새로운 병원의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병원과 의료의 모습을 고민하고 있는 이 이사장이 또 어떤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대담 장윤옥 테크M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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