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통합 출범 첫 돌 국과연 이상천 이사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국과연)가 30일 통합 출범 첫돌을 맞는다. 국과연은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로 '따로국밥'식이던 우리나라 과학기술 행정 조직을 물리·화학적으로 합쳐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새 질서를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통합 연구회에 내려진 임무는 오직 하나, '40년 간 이어진 추격형 R&D(연구·개발)에서 탈피해 선도형 R&D로 체질을 바꿔라'.
한국 R&D 패러다임을 대수술하는 총책은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영남대 40대 총장, 창원클러스터추진단장 등을 역임한 이상천 이사장에게 주어졌다. 산·학·연 속성과 경영 노하우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과연 첫 수장에 오른 이 이사장은 가장 먼저 출연연 융합연구 토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는 "출연연 간 융합연구가 일반화되면 변화도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창원 생산현장에서 효과를 봤던 클러스터 제도를 응용해 연구현장에 적용하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창원클러스터추진단장 시절 수출물량 80% 확대, 고용창출 8% 개선 등 성과가 입증된 바 있는 프로젝트였다.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연구소 사이 칸막이를 허물고, 연구원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융합연구단·클러스터'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또 출연연, 대학 간 중복연구에 대한 우려, 민간 연구와 차별성 여부 문제 등을 해결하는 '만능 키'로 주목받았다.

◇"분원 연구자들, 기관장 못봐도 나는 봤을 것"
"넥타이 좀 풀고 합시다." 지난 18일 외교센터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여름철 찌는 듯한 무더위에 7개의 스케줄을 소화 중이었다. 본지와의 인터뷰가 이날 마지막 일정이었다.
"바로 전 식품연구원이 식품 속 이물질 검사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하는 행사에 다녀왔어요. 이번 계약은 식품연 설립 이래 단일 건으로 최대 규모죠. 국과연에서 추진해 만든 출연연 공동 기술이전 전담조직(공동 TLO)을 통해 성사된 일이라 의미가 큽니다. 힘들어도 결과가 좋으니 일할 맛나네요."
지난 1년 간 국과연 대부분 사업은 연구성과 창출과 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맞춰졌다. 이 이사장은 지난 한 해 짧지만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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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연구단·클러스터' 등 출연연 간 획기적인 연구와 성과를 이뤄낼 융합 연구 제도·시스템 등의 기반을 다졌죠."
지난 1년은 또 국과연이 출연연 연구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발로 뛴 해였다. 이 이사장은 지방 출연연 연구소를 두루 찾아다녔다. 융합연구는 연구자 의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연연 지역 분원 연구원들이 소속 기관장은 못 만나 봤어도 저와는 만나본 적 있다는 얘기가 나올 겁니다. 현장 인력들과 충분히 대화하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54개 지역조직(연구소 분원)을 모두 찾아가고 있죠."
이 이사장은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해 하반기에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융합연구단은 앞으로 실용화타입(4개), 미래국가선도형(4개) 등 총 8개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융합클러스터 10개도 추가 지정키로 했다.
"연구과제는 주로 사회 안전과 연관된 내용일 거예요.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민행복과 직결된 R&D에 투자합니다. 이번 정권 이전에는 이 같은 연구가 없어서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국민 피부에 와닿는 연구를 하자는 뜻에 공감을 표하는 연구자들이 늘고 있어요."
'융합연구단'은 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하나의 연구과제를 추진하는 형태다. 연 100억원의 R&D 예산이 지원된다. '융합클러스터'는 각기 다른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사회와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고려해 향후 추진할 가치가 있는 연구 아이템을 기획·도출하는 연구자 교류 모임 사업이다.
◇"한국형 R&D 모델 수출길 열겠다"
그는 정부 R&D 예산 의존도를 낮추고, 연구소 독자적으로 연구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 위해 '공유경제' 모델을 연구현장에 도입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정부 R&D 예산이 소폭 준다는 얘기가 있어서 불안해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요. 자율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선 지금처럼 정부 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한 R&D 체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연구장비 공동활용' 등 새 제도를 통해 예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장비활용촉진협의회'를 구성·운영한지 7개월 됐는데 초창기에는 공동장비를 빌려 쓰겠다는 응답자가 전체 출연연의 35%선이었지만 지금은 75%가 넘는다"며 "90%에 달하면 이를 통해 연구비를 1조원 가량 줄일 수 있어 더 많은 연구자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몰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행정 간소화'도 지속 추진한다.
"연구자들이 연구 외적인 부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합니다. 예산을 받아오고 영수증을 처리하는 등 잡무가 너무 많아요. 행정시스템이 기관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탓인데 연구자가 연구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행정시스템을 간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 이사장은 한국형 R&D 시스템을 해외 과학 선진국에 역수출할 날도 곧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테크노파크' 모델을 베트남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잖아요. 전문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배출하는 카이스트(KAIST)도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우리만의 효율적 R&D 제도·시스템을 계속적으로 만들어 가야죠. 지금은 민간수탁이 활발한 독일의 선진화된 연구 체계인 '프라운호퍼'를 벤치마크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프라운호퍼에 견줘도 손색없는 '한국형 R&D 모델'이 반드시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