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일상의 리듬과 휴가

[MT 시평] 일상의 리듬과 휴가

조명래 기자
2015.08.05 03:39

리듬은 음의 높낮이와 길이 등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반복의 한 패턴을 말한다. 리듬의 작은 합이 멜로디고 큰 합이 오케스트라의 화음이다. 그러나 리듬은 음악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알고 보면 모든 사물은 각자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정원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도 귀를 대고 들어보면 각각의 자기 몸과 상태에 따라 상이한 움직임의 리듬을 표현한다. 복잡한 도시의 사거리도 빨강, 노랑, 파랑으로 이어지는 흐름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사물은 이렇듯 고유의 리듬을 가지고 있지만 실재 들리는 것은 인접한 여러 사물들과의 관계를 담고 있다. 달리기할 때 다리 움직임의 리듬과 심장이 박동하는 리듬은 연결된 다(多)리듬이 된다. 리듬들이 서로 어긋나지 않고 조화를 이루게 되면 주자의 건강상태는 지탱된다. 반대로 리듬이 서로 어긋나고 단절되면 몸의 어느 곳에 무리가 있음을 말해준다. 신호가 규칙적으로 바뀌면서 멈추고, 건너고, 출발하는 소리의 리듬이 조화롭게 반복되면 사거리의 소통은 원활하지만 접촉사고가 나면 반복되는 리듬은 깨어지고 여기저기서 고함이 들린다. 그러다가 한밤이 돼 모든 움직임을 중단하게 되면 리듬도 사라진다. 무(無)리듬은 존재의 끝남을 의미한다.

리듬은 이렇듯 음악에 관한 것 같지만 기실 모든 사물의 존재, 그것도 생명적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시체와 같은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리듬이다. 낮과 밤으로 구분되는 24시간 리듬, 4계절로 구분되는 리듬, 12개월로 구분되는 1년의 리듬, 태어나고 죽는 생애의 리듬 등이 그러하다.

일상은 더욱 리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출근한 뒤, 낮 시간 대부분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일을 하고, 끝난 뒤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잠자리에 드는’ 일상의 반복 리듬은 현대 도시인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다. 물론 각자의 처한 조건에 따라 리듬이 미시적으로 꾸려지는 것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각자의 리듬은 각자의 삶 자체이면서 이를 개성적으로 표현한다.

일한 대가로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의 일상리듬은 대개 노동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해서 조직되고 전개된다. 출근과 퇴근의 방식, 직장 내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방식, 월급을 받고 승진하며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 휴가를 가거나 직장을 두는 방식 등은 모두 노동하는 방식이다. 개개인의 일상 리듬은 이러한 ‘노동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한다. 생존을 위해 내가 택한 것이지만 직장에 몸을 담게 되면 일상의 리듬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꾸려진다. 이러한 리듬은 기계적이고, 양적이면서, 반복적이면서 지루하다. 현대 도시인들의 일상에서 따분함, 고루함, 무미건조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일상 리듬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일상 리듬이 본래부터 그러했던 게 아니다. 가족과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만들고 생산하며, 남에게 나누어주는 전통사회에서 일하는 모든 것에는 나의 의지·정성·공이 들어간다. 따라서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것은 단순한 생산품이 아니라 작품과 같은 것이다. 작품을 만드는 일상의 리듬은 낮과 밤이란 자연의 리듬과 동화된다. 지칠 때는 쉬고 기운이 날 때는 신명나게 일하는 생체적 리듬을 따르기도 한다. 때로는 우주와 자연이 갖는 경건함을 온몸을 받고 옮기는 리듬이기도 하다. 이는 현대의 선형적, 양적 리듬과 달리 순환적, 질적 리듬이다.

여름 휴가철이다. 누구나 도시의 일상을 떠나 자연이 있고 자유가 있으며 편안함이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찾아 떠나고자 한다. 휴가는 이런 점에서 일시적이지만 나다움의 리듬을 되찾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보다 값진 휴가가 되려면, 휴가가 제공하는 리듬을 통해 본래의 일상리듬을 반추해보고 이를 나다움의 리듬으로 바꾸어내는 계기를 찾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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