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과 ‘금융’은 여러모로 닮은꼴 산업이다. 내수 업종이자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란 점이 그렇다. 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의 인가가 필요하고, 사업을 영위하는 내내 정책 당국의 간섭을 받는다.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두 업종 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아직도 ‘꿈의 직장’으로 통한다. 성장기를 넘어 정체기를 맞고 있다는 점도 똑같다.
또 하나. 정부가 올해 신규 사업자를 시장에 투입 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바로 ‘인터넷전문은행’과 ‘제4이동통신’이다.시장 경쟁을 추가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두 산업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이달 초 신청 접수까지 마감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 수주 경쟁은 초반부터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카카오, 인터파크, NHN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IT 기업과 금융기업들이 컨소시엄에 다수 참여했다. SK텔레콤, KT 등 통신사도 동참했다. 이들은 상호출자제한기업에 속해 있다. 산업자본 지분 확대를 골자로 추진 중인 은행법 개정이 성사되더라도 지분 제한(의결권 지분 4%)에 묶여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제4이동통신 경쟁 상황은 정반대다. 접수 마감이 불과 1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렇다 할 1대 주주를 확보했다는 컨소시엄은 아직 없다. 정부는 대기업 참여를 원한다. 저렴한 주파수 할당 대가와 로밍 의무 제공 등 파격적인 유인책도 제시했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반응은 하나같이 싸늘하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할 정도다.
두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 이리 다를까. ‘새로운 기회’로 보느냐의 마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핀테크 기술로 운영비용을 대폭 줄이면서도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전통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충분하다는 게 인터넷전문은행업 참여사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통신 사업은 다르다. 막대한 초기 투자와 지속적인 시설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스템 구축비용을 포함해 초기 비용을 3000억~5000억 원 정도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동통신 사업은 초기 투자 비용만 3조~4조 원. 여기에 매년 수조 원대의 시설투자가 불가피하다. 가입자는 포화상태인데 들어갈 돈은 수조 원이니 선뜻 돈 보따리를 풀겠다고 나설 기업이 없을 수밖에.
통신업에 대해 고착화한 부정적 편견도 작용하고 있다. 통신사는 매년 정치권의 요금압박에 시달린다. 민영 자본 시장임에도 통신 사업으로 돈 버는 것 자체가 죄악시된 지 오래다.
통신사들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등 비(非) 통신 사업에서 매달리는 것도 통신 네트워크 사업으로는 더는 이윤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 판도를 뒤바꿀만한 혁신적인 서비스로 흥행에 성공할지 몰라도 투자이윤을 어떻게 회수하느냐를 두고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당국은 ‘제4이통’ 카드를 꺼내 들 때마다 ‘요금 인하’를 명분으로 제시하니 아이러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