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30여년 된 시인이 세상에 건넨 '농담'

등단 30여년 된 시인이 세상에 건넨 '농담'

김지훈 기자
2016.04.03 08:16

[따끈따끈 새책] '농'… 툭툭 던지는 농담 속 아픔에 대한 이해

이능표 시인의 '농'은 농담처럼 전하는 자신과 주변인들의 얘기다. 툭 툭 던지는 농담 속 세상살이의 아픔과 이에 대한 이해의 시선이 담겼다. 저자가 등단 30여년만에 처음으로 펴낸 산문집이다.

저자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모 그룹 홍보실 사보 기자로 일하던 시절 얘기는 시의 원고료를 둘러싼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인식을 떠올리게 한다. 한 시인에게 시를 청탁해 다섯 행 분량의 짧은 시를 받아 왔더니 과장은 "너무 짧은데 몇 줄 더 써달라고 할 수 없는지" 물었다는 것이다.

기업문화를 담당하는 부서라고 하지만 과장이라는 사람은 '시인증' 같은 것이 있는 것이냐 물어볼 정도로 답답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십여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편집회사를 운영하던 시절 '사사'(회사역사)를 제작했던 얘기도 꺼낸다. 원고료는 원고지 한 장 기준 2만~3만원. 사사 한 권을 내면 '짭짤한' 수익이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때는 '봄날'이었고, 지금은 당시 절반 수준이란 얘기가 들린다. 저자는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원고료 상승률은 '마이너스 50%'하고 계산도 해본다. 어떤 번역 작가는 자조 섞인 한탄도 전한다. 번역하는 데 1년이 걸렸는 데 원고료 받는 데도 1년이 걸린다는 것.

저자가 직장, 문단, 가족, 출판업계 등에서 겪는 체험을 풀어낸 이야기들은 때론 폭소를 때론 슬픔을 안긴다. 이와 같은 글들과 함께 자신이 존경하는 시인과 자신의 시들이 소개된다. 책갈피 속에 머문 것이 아닌 일상적 경험에 녹아든 시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일례로 저자는 부친과 모친을 3년 간격으로 잃은 후에도 가끔 그 두 분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는다며 과거 자신이 쓴 '추억의 킬리만자로'라는 자신의 시를 곁들인다. '추억만 묻힐 곳이 없다'는 시구는 부모를 여전히 가슴에 품고 있는 저자의 지금 모습과 맞닿아 있다.

◇농=이능표 지음. 휴먼필드 펴냄. 256쪽/1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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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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