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한 뒤에도 SNS 계정이 스스로 글을 올리는 시대가 올까. 기술적으로는 가능해졌다. 다만 현실에서는 아직 실험 단계에 가깝다. 미국과 영국 주요 매체들은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학습한 AI가 대화와 게시물, 목소리까지 재현하는 흐름을 잇따라 조명하고 있다. 새로운 '사후 디지털 시장'의 등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데드봇(deadbot)' 또는 '그리프봇(griefbot)'이라 부른다. 고인의 문자, 음성, 영상, SNS 기록을 학습해 대화나 게시물을 생성하는 AI다. 더 나아가 사망 후에도 계정 활동을 이어가는 개념이 제시되면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메타가 사용자의 SNS 활동을 AI가 대신 수행하는 특허를 취득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특허는 사용자의 과거 게시물과 반응 패턴을 학습한 AI가 게시물 작성, 댓글, 메시지 응답 등을 대신 수행하는 구조다. 사용자가 장기간 접속하지 않거나 사망한 경우에도 계정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메타는 이 기능을 실제 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를 '그리프 테크(grief tech, 애도 기술)' 산업의 한 흐름으로 본다.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바탕으로 가상인물을 만드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사후 SNS 자동 운영'보다 '고인과의 대화 서비스'가 먼저 등장했다. 미국 시사 매체 애틀랜틱은 고인의 문자와 이메일 등을 학습해 대화를 이어가는 챗봇 서비스가 등장했고, 이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애틀랜틱은 정치·사회·기술 분야를 심층 분석하는 장문 해설로 영향력이 큰 매체다.
이 매체는 또 다른 기사에서 '데드봇' 산업이 단순한 추억 보존을 넘어 죽은 이를 '대체'하려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업화가 진행될수록 애도 중인 사람들의 감정이 시장에 이용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예 매체 피플은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딸이 아버지를 AI로 재현한 영상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SNS를 통해 "아버지가 원했을 일이 아니다"라며 AI 재현물을 보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고인을 AI로 재현하는 문화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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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은 이같은 흐름을 '디지털 부활(digital resurrection)'이라고 표현했다. 사망자를 재현하는 서비스가 늘면서 프라이버시와 애도 과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AI를 활용한 추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고인과 대화하는 챗봇이나 음성·영상 아바타 서비스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사후 SNS 자동 운영은 한 단계 더 민감한 영역이다. 고인의 의사를 어떻게 확인할지, 유족 간 갈등이 생기면 누가 결정권을 가질지, AI가 올린 글을 고인의 실제 생각으로 오해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애틀랜틱은 "데드봇이 애도의 방식을 바꿀 수 있지만, 상업화 과정에서 슬픔이 이용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