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형 포켓몬 고' 만든다는 소리 하지 말아줘

[우보세]'한국형 포켓몬 고' 만든다는 소리 하지 말아줘

류준영 기자
2016.07.20 03:00

[우리가보는세상]인기위주의 포퓰리즘성 정책에 매몰된 과학기술 정책 당국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틀림없이 정부가 ‘한국형 포케몬 고’를 5년 후 완성하겠다며 새로운 R&D(연구·개발)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고 할 것이다. 기존 연구비를 삭감하고 쥐어짠 예산으로 AR(증강현실) 기반 게임개발 연구과제를 내걸 것이다. 그러면 게임 개발하던 사람들이 벌떼같이 AR 개발자로 변신해 달려들고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AR게임 ‘포켓몬 고’ 돌풍이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A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의 연구 현실을 빗대어 이렇게 풍자했다. 우리나라 R&D 민낯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앞서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의 대국 이후 AI(인공지능) 열풍이 한창이던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겠다”며 ‘지능정보기술연구소(AI 연구소)’ 설립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안을 내놨다. 대신 초고성능컴퓨팅 사업단을 발족하고, 10년간 투자할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기존에 잘 진행돼 오던 R&D 지원을 죄다 깎거나 없앴다. 당시에도 “글로벌 안목으로 ‘선도형·창의형 R&D’를 추진하겠다더니 ‘모방·추격형 R&D’의 관행을 되풀이하는 모습”이란 비난이 따랐다.

나라 안팎으로 △수출경쟁력 저하 △신성장동력 부재 △소득 분배 악화 등 시그널이 심상치 않다. 사회·경제 패러다임이 요동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경기 침체 이후를 주도할 R&D 전략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땜빵식 연구 지원책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 일까.

먼저 현 정권의 레임덕 가속화 우려 속에 ‘보여주기식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나날이 짙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기 위주의 포퓰리즘성 정책에 매몰된 과학기술 정책이 쏟아진다. 기술 트렌드에 쏠리다 보니 다양한 원천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집중 개발·확보하는 R&D 환경을 완전하게 보장할 수 없다. 이 과정에 미래부가 최근 각 산하 연구기관의 내년도 정부출연 예산을 15%씩 삭감했다.과학기술전략회의가 내놓은 새로운 R&D에 몰아주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한 연구원은 “논의 과정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정부 코드에 맞는 R&D면 OK, 아니면 아웃이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런 데다 뒷돈, 성매매 의혹 등 최근 기강해이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미래부를 바라보는 산하 기관 연구자들의 눈빛도 곱지 않다. 상호간 신뢰가 무너지면서 과학자들의 도전정신도 밑바닥이다.

이런 사이에 일본은 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확보하며 ‘전자 강국’이란 옛 명성을 회복할 채비를 서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을 완공하는 등 ‘과학 굴기’로 세를 넓히고 있다. 양국을 바라보는 한국 과학계는 착잡하다. 눈앞에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몰려 오고 있다. 미래부는 진짜 미래를 내다보고 본질을 고민하며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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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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