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사업에만 집중하게 해 달라."
지난 8일 국회에서 특별한 만남이 성사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선으로 국내 주요 스타트업과 정부부처 공무원, 국회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아한형제들, 메쉬업코리아, 비바리퍼블리카, VCNC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스타트업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들 기업의 사업과 직결된 정책,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소속 과장들이 정부 대표로 나왔다. 여러 부처 실무자들이 스타트업과 소통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례적이다.
이날 스타트업 임직원들은 자사 사업모델, 시장 현황 등을 설명하며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한 전자상거래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플랫폼 노동, 플랫폼 택시 등 현안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부가가치세 감면과 같은 직접적인 요구도 내놨다. 자사 사업이 번창하기 위한 민원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생겨날 수 있는 판을 깔아달라는 요구였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에 뛰어든 혁신가들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호소다.
스타트업 임원 발표가 끝날 때마다 담당 과장의 답변이 이어졌다. 앞서 거론한 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과 어떤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설명했다. 스타트업 호소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속 시원한 개선책이 나오진 않았다. 부처 간 이해관계, 법리적 검토 등 여러 측면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부처 실무자들이 스타트업 임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경청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동안 실무자들이 공개적으로 스타트업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스타트업이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이라며 치켜세운 건 꽤 오래됐다. 스타트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면 규제 혁파와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선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바꾼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스타트업들과 더 자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변화는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토론회가 특별한 사례로 언급되지 않을 만큼, 정부와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만남이 빈번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