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K-게임 뒤흔드는 차이나리스크 ④

지난 4년간 이어진 '차이나리스크'에도 중국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강세인 국내 게임사에 게임 인구 6억6000만명의 세계 1위 모바일게임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선택지여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번 터지면 '원히트원더'로도 먹고살 만큼의 매출이 나온다"며 "각종 불확실성에도 중국 시장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게임업계는 정부가 중국 판호(중국 내 게임서비스 허가권) 문제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판호 자체가 지난 2016년 한중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탄생한 부산물인 만큼, 정부가 불공정 무역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판호 발급기준이나 과정조차 알기 어려워 텐센트와 같은 중국 퍼블리셔(유통사)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시혜를 베풀길 기다리는 '천수답'과 다름없다.
지난 4년간 중국 진출이 가로막히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잃어버린 기회비용만 10조~17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초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교체된 후 그나마 이어지던 양국 간 판호 논의도 중단돼 업계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차기 정부에선 부처별로 흩어진 게임산업 지원기능을 통합해 판호 문제 등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국내외 이슈와 외교문제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판호를 해결하기 위해선 외교부·문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분야에 걸쳐있는 게임산업 지원기능을 정부 차원에서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판호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번 '게임=아편'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 중국은 자국 게임산업도 옥죄는 추세여서다. 실제 중국이 자국기업에 내주는 판호(내자판호) 발급 건수는 1만개 내외에서 2019년 1570건, 2020년 1316건으로 대폭 줄었다. 텐센트도 매년 100개 이상 받던 판호가 2년 전부터 30개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다.
이에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는 중국 게임사가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게임이 본격 경쟁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과거 '짝퉁게임' 취급받던 중국게임은 막대한 자본력과 새로운 시도를 앞세워 약진하는 점이다. 일각에선 한국 게임의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차원의 '차이나 리스크'가 대두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게임의 해외매출은 154억5000만 달러(약 17조원)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2019년 한국 게임시장 규모가 16조에 못 미친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 미국·일본·한국·영국·독일 주요 5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매출 100위 중 중국게임이 평균 25개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내 게임산업이 인정해야 할 것은 한때 중국 게임사가 한국을 베끼기에 급급했으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지속해왔다는 점"이라며 "지금 국내 게임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위해 용기 내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야 여러 수요가 공존하는 세계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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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교수 역시 "한국 게임업계가 세계 여러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결국엔 좋은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유럽 등에선 통하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BM)에 매몰되지 말고, 공격적으로 신규 IP(지식재산권)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