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팔고 1분에 1번 제품홍보…넷플릭스·애플도 맛 들인 PPL

굿즈 팔고 1분에 1번 제품홍보…넷플릭스·애플도 맛 들인 PPL

김수현 기자
2021.11.20 13:00

[MT리포트]K콘텐츠 발목잡는 PPL
③넷플릭스 등 해외 OTT도 광고수익 점차 확대

[편집자주] '간접광고'(PPL)는 K콘텐츠의 딜레마다. 극의 흐름을 다소 훼손하더라도 치솟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선택해 왔던 고육책이다. 그러나 'PPL 프리' 제작환경을 보장하는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이용자들은 유료로 구독하면서 광고까지 보길 원하지 않는다. 국내 PPL의 현주소와 개선책을 짚어본다.
오징어게임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한국 방송사에서 만들어졌다면, 이정재(성기훈 역)는 아디다스 로고가 크게 박힌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왔을 것."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으로 흥행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간접광고(PPL)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드라마의 한계를 꼬집은 자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자본력을 갖춘 해외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조금씩 PPL이 등장한다. OTT간 경쟁이 가열되고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콘텐츠 속 광고 효과를 놓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넷플릭스 "PPL은 쉬운 돈"...계속 고집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레드 노티스' 중 라이언 레이놀즈 뒤에 술 PPL 병이 보인다. /사진=넷플릭스(뉴스1)
넷플릭스 '레드 노티스' 중 라이언 레이놀즈 뒤에 술 PPL 병이 보인다. /사진=넷플릭스(뉴스1)

넷플릭스가 20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최신작 '레드 노티스'에는 PPL이 하나 등장한다. 주인공인 드웨인 존슨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만나는 첫 장면에서 레이놀즈가 마시는 술 '에비에이션 진'이 PPL이다. 에비에이션 진은 레이놀즈가 주주로 있는 주류 브랜드다. 이는 넷플릭스가 출연 배우에 대한 호의로 돈을 받지 않고 해준 광고이지만, 넷플릭스도 더 이상 'PPL 청정구역'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넷플릭스는 정책상 유료 PPL을 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출범 초기부터 '애드 프리(무광고)' 원칙을 내세우며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 전략 발표 자리에서 "광고 수익은 쉬운 돈(easy money)"이라며 "광고를 통해 쉽게 돈을 벌려는 전략은 넷플릭스의 존재 의미를 해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사가 별도로 외부에서 PPL로 제작비를 충당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모두 지원한다.

넷플릭스숍에서 판매한 오징어게임 굿즈. /사진=넷플릭스숍
넷플릭스숍에서 판매한 오징어게임 굿즈. /사진=넷플릭스숍

다만 넷플릭스 역시 최근 들어 기업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직접 광고비를 받지는 않지만 해당 브랜드를 콘텐츠 속에 노출시키고, 해당 브랜드에 콘텐츠 홍보를 맡기는 식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기묘한 이야기'에는 코카콜라, KFC, 서브웨이 등 브랜드들이 나오는데 이들이 넷플릭스 전용 메뉴를 만들어 파는 등 콘텐츠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자체 온라인 스토어 '넷플릭스 숍'을 출시하며 각종 브랜드와 손잡고 제작한 굿즈를 직접 판매하고 있다.

OTT 경쟁이 격해지고 투자자들의 수익성 강화 압박이 이어지면 넷플릭스 역시 PPL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현재 벌어들이는 돈의 7~80%를 콘텐츠 확보에 쏟아붓는다. 넷플릭스는 올해도 콘텐츠 투자에 190억달러(약 21조3000억원)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넷플릭스 매출 250억달러(약 28조원)의 76%에 달한다.

흥행 콘텐츠의 광고효과가 갈수록 커지는 점도 넷플릭스에겐 유혹이다. '오징어게임'의 성기훈이 신고 나온 흰색 신발과 유사한 반스의 화이트 슬립온 운동화는 오징어게임 방영 이후 매출이 7800% 급증했다. 월가에서는 넷플릭스가 PPL을 포함한 광고를 도입하면 매년 약 80억에서 140억달러의 수익을 더 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는 유튜브의 광고수익과 맞먹는 금액이다.

디즈니+도 올 초부터 일부 콘텐츠에 PPL 경고 표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어벤져스:인피니티워', '어벤져스:엔드게임' 등 마블 영화에 PPL 표시가 뜬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버거킹 치즈버거를 먹고, 아우디 차를 타는 것도 모두 PPL이다. 디즈니+는 새로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들어가는 PPL 확보에도 열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tv+ 오리지널 콘텐츠엔 애플 제품 '분당 1개씩'

닥터브레인에 등장하는 맥북. /사진=닥터브레인 공식 예고편 캡쳐
닥터브레인에 등장하는 맥북. /사진=닥터브레인 공식 예고편 캡쳐

애플tv+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자사 제품의 홍보를 위해 PPL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4일 애플tv+가 한국에 진출하며 최초 공개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닥터브레인'에서도 주인공 이선균(고세원 역)이 아이폰과 맥북을 쓰는 장면이 여러번 등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애플tv+의 오리지널 콘텐츠 '테드 라소', '더 모닝쇼', '디펜딩 제이콥', '트라잉' 등 4개의 74개 에피소드를 분석한 결과, 총 300번의 아이폰, 120번의 맥북, 40번의 에어팟이 등장했다. 재생시간으로 따지면 분당 1.24개의 애플 제품이 나온 셈이다. 애플은 심지어 주인공이 "애플 주식을 사겠다"고 말한다거나 빌런들은 안드로이드폰을 쓰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무의식중에 애플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결국 거대 자본을 가진 글로벌 OTT 역시 새로운 수익모델인 PPL의 효과를 체감하면서 전세계 PPL 시장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PPL 지출은 전년 대비 13.8% 증가한 233억달러(약 27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당한 PPL은 기업들 간에 윈윈 효과가 매우 크게 나는 마케팅 수단"이라면서 "콘텐츠의 질에 해를 끼치는 과도한 PPL이 문제지, 적정한 수준의 PPL은 콘텐츠 시장 규모 확대와 발전을 위해서도 전세계적으로 점차 필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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