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K-게임에 '돈폭탄'…택진이형 경영권 노리나?[인싸IT]

사우디, K-게임에 '돈폭탄'…택진이형 경영권 노리나?[인싸IT]

윤지혜 기자
2022.03.12 06:35

사우디 국부펀드, 넥슨·엔씨소프트에 '3조' 규모 지분 확보
김택진 대표와 겨우 2.71%p 차이…"자칫 최대주주 넘어가"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이터=뉴스1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이터=뉴스1

중동 '오일머니'가 K게임에 꽂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넥슨·엔씨소프트 지분을 잇달아 사들이며 K게임의 성장성에 베팅했다. 다만 일각에선 경영권 위협 우려도 제기된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최대주주인 김택진 대표와 사우디 국부펀드의 지분율 차이가 2.71%포인트(p)에 불과해 이 추세대로라면 최대주주 자리도 넘볼 수 있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는 올해 12차례에 걸쳐 엔씨소프트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올 초만 해도 109만2891주에 불과했던 보유주식은 지난달 16일 203만2411주로 2배가 됐다. 11일 종가(45만2000원) 기준 9186억원 규모다. PIF 지분율은 9.26%로 넷마블(8.9%)과 국민연금(8.4%)을 제쳤다. 김택진 대표(11.97%)에 이은 2대주주다.

PIF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에도 2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지난 1월 25일 넥슨 주식 0.18%를 추가 매입하며 4대 주주(5.02%)에 오른 PIF는 이후에도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지분율이 7.09%로 상승했다. 3대 주주인 일본마스터트러스트신탁은행(8.1%)과 지분율 차이는 1%p에 불과하다.

석유자본의 '탈석유' 바람…올해 12조 푼다

PIF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펀드로 5000억달러(약 600조원) 규모를 운용 중이다. PI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탈석유' 경제를 위해 최근 수년간 첨단기술 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왔다. PIF는 올해 전자상거래와 재생에너지 분야 글로벌 주식 매입에 약 100억달러(12조3000억원)를 배정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특히 PIF는 게임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2020년 '킹 오브 파이터즈'(KOF)로 유명한 일본 게임사 SNK를 인수한 후 액티비전 블리자드,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EA(일렉트로닉 아츠) 등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PIF는 글로벌 게임 및 e스포츠분야 투자사인 사비 게이밍 그룹을 설립하고 올 초 ESL 게이밍과 FACEIT도 인수했다.

지금이 저점?…넥슨·엔씨 어디에 반했나
넥슨은 오는 24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한다. /사진=넥슨
넥슨은 오는 24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한다. /사진=넥슨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PIF의 지분 매수에 대해 "사전 교감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투자배경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없지만, 업계에선 국내 게임사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본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모두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주춤했지만, 올해 세계 시장을 겨냥한 대형 신작을 출시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넥슨은 오는 24일 '던전앤파이터'(던파) IP(지식재산권) 기반의 '던파 모바일'을 선보인다. 첫 콘솔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아크 레이더스'도 연내 출시한다. 넥슨은 또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의 제작사 AGBO에 투자하는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3분기 '리니지W'에 NFT(대체불가토큰)를 적용해 북미·유럽에 진출하며, 4분기엔 PC·콘솔게임 'TL'을 글로벌 출시한다. 그동안 높은 내수시장 의존도가 한계로 여겨졌지만, 리니지W·길드워 등의 선전으로 해외매출 비중(로열티 매출 포함)은 2020년 16%에서 2021년 32%로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메타버스 시대 게임콘텐츠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K게임 주목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주요 게임사 주가가 저점을 기록했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1년에 최대주주 4번 바뀐 엔씨…이번에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엔씨소프트

우려의 시선도 있다. PIF의 지분율 확대가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PIF는 양사 주식 매수 배경으로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언제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적은 지분율 때문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과거 경영권 분쟁을 겪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지분 14.68%를 갖고 있던 넥슨이 0.4%p를 추가 매입한 뒤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권 참여'로 돌연 변경했고,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을 백기사로 내세워 경영권을 방어했다. 이밖에 국민연금공단이 김택진 대표를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른 것도 여러 번이다. 2017년에는 4번이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선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로 본다. 그동안 PIF가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나선 적이 없어서다. PIF는 2015년부터 포스코건설의 지분 38%를 보유 중인데, 그동안 별다른 경영간섭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의 큰손이 국내기업 경영권까지 관심 있진 않을 것"이라며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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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윤지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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