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AI - 산업에서 안전까지] ④ 전문가 '3대강국' 위한 조언
한국만의 강점 활용이 중요
인재양성에도 과감한 투자
생태계 살핀 규제 필요성도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 중요한 것은 데이터 품질"-정은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교수
"한국이 잘 하는 걸 계속 잘하는 게 좋다."-윤성희 에루디오바이오 한국 대표
"농기계는 사서 쓰고, 좋은 곡식을 얻으려면 씨앗인 데이터 주권이 중요하다."-피터 배 KIC 실리콘밸리 센터장

미국과 싱가포르, 한국에서 만난 AI(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한국의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차별성'을 강조했다. 특히 세계 각국의 AI 기술이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급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차별화 요소는 한국만의 '데이터'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에서 14억 인구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안면인식, 무인시스템 등 AI 기술이 급성장한 것이나, 미국 국방 데이터에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가 탄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 교수는 "쉽게 볼 수 있거나 돈 주고 살수 있는 데이터는 기존 AI가 모두 학습했다고 보면 된다"며 "앞으론 쉽게 구할 수 없는 데이터가 중요해진다"고 했다.
최근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된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이하 케데헌)'를 예로 들었다. 정 교수는 "제품을 만들어서 잘 팔려면 시장을 생각해야 한다"며 "케데헌을 왜 한국에서 만들 수 없냐고들 하는데, 너무 당연하다. (교포인) 매기 강 감독이 시장이 원하는 것과 나만 갖고 있는 특별한 것을 생각하다 한국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국만이 보유한 특별한 강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주로 반도체·조선·방산 등 제조업과 국민건강보험 등 바이오·의료 데이터를 언급했다.
윤 대표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는 30년 넘게 전 세계 1위"라며 "반도체를 비롯해 제조업 강점을 활용한 산업 특화 AI, 피지컬 AI 등이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삼성전자(190,400원 ▼9,000 -4.51%)는 1993년부터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다.
알렉스 문 쿠파소프트웨어 AI 프로덕트 매니저 역시 "한국 정부는 온 국민의 건강보험데이터를 갖고 있다"면서 "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독자 AI기술·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린다. △2026년 예산안에 향후 5년간 6조원을 피지컬 AI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나 △100만명 데이터 구축을 목표로 지난해 말 시작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올초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출범하며 AI 신약으로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목표를 선언한 배경이다.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 AI 발전을 고려한 예측 가능한 규제로 글로벌 시장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배 센터장은 "실리콘밸리는 사업에 실패하면 '실패에서 배웠을 것'이라며 더 환영하는데, 그게 실리콘밸리를 강하게 한다"며 "스티브 잡스가 어느 대학 나왔는지 아무도 신경 안 쓰듯 한국도 학벌보다 능력 위주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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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1명 몸값에 100만달러(14억여원)를 쓰는 메타(Meta)가 못될 바에는 '능력'으로 인정하고 '실패'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내 인재를) 해외 인턴으로 보냈다가 다시 한국에서 (배운 것을) 공유하게 하는 등 인재 선순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생태계를 고려한 규제 필요성도 언급됐다. 리원시 싱가포르 IMDA(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 AI 거버넌스·안전성 클러스터 총괄은 "AI는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때 의미가 있다"면서 "AI를 사회 전반에 도입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신뢰다. 신뢰가 없으면 어떤 공공영역이나 산업도 AI를 채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단순 규제보단 '무엇이 좋은 AI인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며 "AI 거버넌스는 정부가 아니라 (AI) 생태계 전체를 고려해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 시우산 IBM 싱가포르 사장 역시 "한 국가를 글로벌 AI 리더로 이끄는 힘은 윤리적인 AI 거버넌스, 문화적으로 적합한 AI 모델 개발, 지속가능한 인프라에서 나온다"며 "기업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책임 있는 혁신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제작 지원 :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중심 소통활성화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