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구글이 요구하는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내 플랫폼과 공간정보업계에서 구글에 특혜성 허가를 내줬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2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국토정보지리원에서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영상 보안 처리 좌표 표시 제한과 국내 서버 활용 등의 조건 준수를 전제로 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허가했다. 스트리트뷰와 구글 어스의 과거 시계열 영상에서도 군사·보안시설이 노출되지 않도록 가림 처리를 의무화하도록 했고 좌표 표시 역시 제거하거나 노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구글은 국내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정확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고하지 않고 이에 따라 '법인세'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지도를 받아가면서도 끝내 정부가 요구한 '데이터센터 국내 구축'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설치 대신 국내 서버에서 가공 후 제한된 정보만 반출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구글이 그간 제한됐던 국내 길찾기 서비스를 확장하게 되면서 국내 토종 플랫폼은 시장 지배력 위협을 받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내건 당초 조건대로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경우 고정 사업장이 확보된 것으로 간주돼 국내 업체와 동등한 조건으로 법인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지만, 구글은 제휴기업의 서버를 빌려 쓰는 방식으로 이번에도 세금 부과 문제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구글은 지도 서비스를 통해 광고·데이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속도로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코리아는 2024년 국내에서 38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보고했지만, 유튜브와 구글 플레이스토어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국내 플랫폼을 압도하는 매출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구글코리아의 매출이 1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구글이 납부한 법인세는 2024년 172억원에 그친다. 같은해 10조원의 매출을 올린 네이버(3902억원)가 납부한 법인세에 비하면 4%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데이터센터 설치 조건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조세 부담 회피 목적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이러한 불공정 경쟁 조건이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피지컬AI 등 국내 공간정보 관련 산업 전체가 거대 자본을 갖춘 해외 업체에 잠식돼 산업 생태계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본 데이터 가공을 제휴 업체가 하는 시스템은 보안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주요 지도 서비스 업체들은 각각 자체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지도 데이터를 가공해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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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공간정보학회장을 맡은 안종욱 안양대 교수는 "쿠팡 개인정보 노출 사고와 같은 사례를 보더라도 사고 발생 시 해외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해외 본사와 국내 제휴기업 간 역할과 법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