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교육 에세이] 치의학박사 김인수가 보는 치아세상

인생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오복 중의 하나가 '건강한 치아'라고 하니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 '치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이들이 쉽게 공감할 것이다.
구강내의 치아들을 보면 앞니를 비롯해 맨 안쪽의 어금니까지 모양과 크기가 다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32개(네 개의 사랑니를 포함)의 치아가 각각 다른 모양을 가진 것은, 음식을 저작할 때 불편함 없이 충격을 분산하여 받을 수 있도록 각 치아에 개별적인 기능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즉, 치아는 제각각 다른 위치에 다른 모양과 크기로 배열되어 있지만 뿌리에서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 또한 나름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32개나 되는 치아, 하나쯤 빠진다고 뭐 얼마나 큰일이 나랴 싶겠지만 이중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상실된 치아의 옆 치아들은 치아가 빠지고 난 후 생긴 공간으로 쓰러지듯 기울어질 뿐만 아니라 맞물리는 치아에까지 영향을 준다. 만약 아랫니가 빠졌다면 그와 맞물려왔던 윗니는 닿는 치아가 없어 점점 아래로 내려오게 되고, 윗니가 빠졌다면 닿는 치아가 없는 아랫니가 위로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저작을 하는 데에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반대쪽으로만 음식을 씹게 되고, 그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턱관절이나 안면 비대칭까지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고작 하나의 치아가 빠졌을 뿐인데도 마치 나비효과처럼 그 여파는 크다.
따라서 어느 특정 치아 하나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부분의 치아가 없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 더군다나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브릿지를 선택하게 된다면 멀쩡한 양 옆의 치아들을 삭제해야 한다. 음식을 씹을 때 상실된 치아가 받을 힘을 양쪽 치아들이 나눠 받는 결과가 되어 충격을 배로 받게 되다보니 옆 치아들도 서서히 약해짐은 물론, 자연치아로 씹는 힘에 비해 저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또한 주변 치아에 손상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임플란트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씹는 힘이 자연치아와 비슷하다는 점, 상실된 부위를 대체한 치아뿐만 아니라 주변의 치아에게도 자신이 받을 힘만 받게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브릿지나 틀니보다 좋다는 것에 불과하다. 여전히 자연치아 보다는 여러 면에서 아쉬운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엔 치아에 대한 정보나 지식 등이 임플란트에 치중되어 있다 보니, 발치 전 자연치아를 살리기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의사의 입장대로 시술이 한결 수월한 임플란트를 권하고, 환자는 또 환자의 입장대로 모험이 될 수 있는 시술은 피하려고만 해 안타까운 때가 종종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모험보다는 결과가 확실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하지만 그 ‘모험’을 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물이 ‘소중한 내 치아의 보존’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간이 다소 걸릴지언정 모험을 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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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가 이미 상실된 치아를 대체하는 방법에서야 비교할 수 없는 기술이긴 하지만 마치 마트에서 물건을 사듯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임플란트 기술의 발전이 '자연 치아 보존'에는 역행하는 일이 되었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있는데 필자의 생각에도 그것이 지나친 궤변만은 아닌 듯하다.
자연치아를 살리자는 의미는 어느 치약 선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2080, 즉 80세까지 20개 치아를 꾸준히 관리하여 자연치아 그대로 보존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몇몇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방법이 없을 것만 같은 치아에도 각각 마지막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치료는 있다.△심한 충치나 외상으로 인한 치아 파절,신경 염증의 경우에는 신경치료△신경치료를 받았던 치아의 뿌리 끝에 염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뿌리쪽으로 바로 접근하여 염증조직을 제거하는 치근단 절제술△치근단 절제술로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 때에는 치아를 발치하여 직접적으로 염증을 제거한 후 치아를 다시 심어 고정을 유도하는 치아 재식술△치조골 손실로 인해 치아 동요도가 있는 경우에는 잇몸뼈 재생술등 어떤 경우이건 임플란트를 결정하기 이전에 모든 방법을 고려해 자기 치아를 가능한 한 살려보자는 취지인 것이다. 물론 위 치료법들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치아를 발치하게 되고, 발치한 내 치아를 대신할 보철물을 선택해야 하는데, 주어진 방법들 중에서는 임플란트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임플란트를 심어도 그것은 말 그대로 인공적인 치아일 뿐 신이 주신 자연적인 내 치아보다 더 좋은 치아는 없다. 그 자연치아를 보존하는 방법 또한 따져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매일의 올바른 양치 습관만 몸에 배어있다면 임플란트에게 자리를 물려줘야만 하는 비극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소중한 내 치아, 너무 빨리, 또 쉽게 포기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