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교육 에세이] 치의학박사 김인수가 보는 치아세상

치아가 빠져 없어졌던 자리에 임플란트를 하고 나면 그 동안의 만족스럽지 못했던 식사 자리가 한층 즐거워져 삶의 질을 한 단계쯤은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좋지 못한 치아로 인해 오랫동안 고생하다 얻은(?) 임플란트라면 그 기쁨은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을 들여 임플란트를 한 뒤에도 생각만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보람을 얻지 못해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임플란트는 잘 알려져 있듯이 씹는 힘은 자연치아와 거의 비슷한 정도까지 가능하면서 심미적으로도 내 치아와 같이 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고, 더군다나 주변 치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치의학에서는 내 치아를 대체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임플란트 수술을 받아보지 않은 분들이나 임플란트 수술을 앞두고 있는 분들 중에서는 '자연치아보다 임플란트가 더 튼튼하고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임플란트 재료 자체가 인체구조물이 아닌 티타늄이라는 금속이다 보니 돌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를 제공하는지, 환자분의 기대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걱정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 본 환자분들뿐만 아니라 시술을 행하는 치과의사들 역시 자연치아가 인공치아, 즉 임플란트 보다는 훨씬 탁월하다는 의견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사실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의 상황이라면 치아가 이미 제 기능을 다해내지 못하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임플란트 식립 후엔 환자분의 만족도가 높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종종 임플란트 후 실망감을 표출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어떤 면에서 보자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바로 치근막, 즉 치주인대라는 구조물의 유무에서 오는 근본적인 차이 때문이다. 이 치주인대는 치아를 치조골(잇몸뼈)과 연결하고 있으면서 잘 유지되어 있도록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임플란트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병적인 요소가 없는 정상치아도 손으로 잡고 흔들어보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바로 이 치주인대가 치아 뿌리 부분 주변에 붙어있으면서 쿠션 역할을 해주어 치아가 무언가를 씹을 때 위아래, 측방, 사선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해 충격을 그대로 받지 않고 분산시켜주기 때문이다. 또, 치근막에는 혈관이나 신경이 분포되어 있어서 구강 내 세균감염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영양 공급이나 감각에도 관여해 '씹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등 치아의 기능을 온전히 하는 데에 있어 필수적이다.
그런데 임플란트에는 이러한 구조물이 없다보니 무언가를 씹을 때 그 충격을 임플란트와 치조골이 고스란히 흡수하게 되고, 그로 인해 보철물의 파절이나 염증에 취약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한들 예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치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겠지만, 건강한 다른 자연치아들과 비교하여 전혀 차이 없이 사용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임플란트를 식립하고 몇 주 간의 기다림 끝에 보철물까지 올라가게 되면 바로 무엇이든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임플란트를 식립하고 치아모양의 보철물이 올라가기 전까지 기본적으로 6주 이상을 기다리게 되는데, 그 동안 그와 맞닿는 치아는 닿는 이가 없기 때문에 전혀 기능을 하지 않고 있게 된다. 만일 치아의 상실이 훨씬 이전에 있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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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를 했던 다리로 깁스를 풀자마자 뛰어다닐 수는 없듯이, 어느 정도 기능을 회복하고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에 바로 딱딱한 무김치나 마른 오징어 등 질긴 음식들을 다른 치아처럼 씹어 먹기란 무리이다. 임플란트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갑자기 일을 하게 된 맞은편 치아가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때문에 가급적 부드러운 성상의 음식물부터 차차 재활훈련(?)을 거친다면 머지않아 씹는 즐거움을 모두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다뤘듯이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분들은 정기적인 검진을 놓쳐서는 안 될뿐더러, 처음부터 너무 큰 욕심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갓 태어난 아이가 바로 걸음마를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임플란트에도 충분한 적응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