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화 '아웃브레이크'가 몰고온 엉뚱한 오해들

[기자수첩]영화 '아웃브레이크'가 몰고온 엉뚱한 오해들

이지현 기자
2014.08.06 06:20

"에볼라바이러스를 다룬 영화 아웃브레이크에서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전파된다고 설정돼 있어 사람들이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치사율이 높아 공포감을 가질만 하지만 에볼라바이러스는 호흡기로 감염되지 않는데다 일반인은 해당 지역을 여행하지만 않는다면 걸릴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수 백 명의 사망자를 내며 위력을 떨치고 있는 에볼라바이러스의 파괴력을 묻는 기자에게 국내 한 감염내과 교수는 이처럼 말했다. 바이러스가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도록 방역 체계를 다지고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지나친 걱정부터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퍼진 글을 한 예로 들었다.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거나 바이러스 변종이 생겨 공기로도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들이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이죠. 일부는 아프리카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으로까지 연결됩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만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로 나타났다. 최근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진행한 유엔 여성기구(UN Women) 행사에 참석을 거부당한 나이지리아 학생들이 'UN 인권위원회'에 이 학교를 제소하겠다고 밝힌 것. 실제 제소가 이뤄지고 사안이 널리 알려지면 나이지리아 국민들에게 한국은 상당히 나쁜 이미지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SNS상에는 이외에도 경남 사천 타악기 축제와 세계수학자대회 등 아프리카 지역 사람들이 참여하는 각종 행사 정보도 속속 공유되고 있다. 추가로 또 다른 잡음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한국으로 퍼지는 것은 분명히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 뚫릴지 모르는 방역체계를 점검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고립국으로 살기를 원하지 않는 이상 말도 안 되는 비과학적 루머에 휩쓸려 아프리카 나라들과 관계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땀이나 침 등이 다른 사람의 인체로 유입될 때만 감염된다. 바이러스가 진화해도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만 잘못된 루머 탓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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