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 롤 모델은?

[기자수첩]'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 롤 모델은?

샌프란시스코(미국)=안정준 기자
2016.06.13 14:31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은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지난 6~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전시 컨퍼런스 '2016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 현장. 이 곳에서 만난 한 국내 바이오업체 대표는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는 세계 바이오 산업의 요람과도 같은 곳이다. 1970년대부터 제넨텍, 암젠 등 오늘날 세계를 대표하는 바이오 업체로 성장한 기업이 들어서며 인근 대학, 연구소와 함께 연구개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오송과 대전 등에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한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됐던 곳이다.

이 같은 샌프란시스코가 한국의 롤 모델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까닭은 우리와는 너무 다른 샌프란시스코의 '태생적' 풍요로움 때문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으로 무장한 미국 바이오 업체들이 입주한 뒤 이들과의 기술 교류를 원하는 기업과 연구소가 들어서 탄생한 것이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다. 풍부한 연구인력이 또 다른 기업을 불러들여 클러스터의 살을 찌우는 자생적 생태계가 갖춰져 시 정부는 클러스터 발전을 위해 크게 할 일이 없었다. 마크 아디에고 남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세제 혜택 등 시 정부 차원에서 클러스터 지원을 위해 직접적으로 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지향점을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있는 사이, 바이오산업 후발 국가들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세계에서도 견줄만한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있다. 싱가포르 클러스터에는 로슈, 론자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가 100여개 진출했다. 아일랜드에도 화이자와 노바티스 등 80여개 제약사가 자리 잡았다.

비결은 파격적 조세 혜택이다. 싱가포르, 아일랜드 법인세율은 각각 17.5%, 12.5%에 불과하다. 우리의 법인세율 22%와는 차이가 있다. 세제 혜택으로 몰려든 글로벌 기업은 클러스터 내에서 활발한 기술 교류로 해당 국가 바이오 산업의 살을 찌우고 있다.

물론 우리의 바이오클러스터도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입주 부지 개발 등 샌프란시스코 수준 지원에 머물 경우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무장한 세계 각국의 다른 클러스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공유